[안경환의 베트남 뉴스룸] 슬픈 전설의 축제, 베트남 하장성의 ‘커우바이 러브마켓’을 아시나요?

2020-07-15     안경환 편집주간

[한국지방정부신문=안경환 편집주간] 베트남에는 ‘러브마켓’이라는 지역 소수민족의 독특한 축제의 장이 있다. 하장성의 커우바이, 사빠, 목쩌우 등의 지역에서 러브마켓이 열린다.

특히, 매년 한 번 열리는 하장성의 커우바이(Khâu Vai) 러브마켓은 가장 유명한 축제로 매년 음력 3월 27일이 되면 매오박현의 커우바이면에서 열린다.

베트남 북부의 중국과 접경지역인 하장성은 세계 배낭족들이 가고 싶어 하는 20대 지역 가운데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매력 있는 곳이다.

하늘에서 본 하장성 계단식 논(사진=안경환)

“커우바이”라는 말은 소수민족인 따이-눙족의 언어로 “아가씨를 낚는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커우바이 러브마켓은 일종의 풍류(風流)를 즐기는 시장이다.

1919년부터 시장이 시작되었다 하여 2019년에 하장성에서 100주년 기념행사를 한 바가 있다. 요즈음은 러브마켓이 지역별로 관광객 유치에 주목적을 두고 상업성이 강조되어 소수민족의 전통성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커우바이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인 눙(Nùng)족 청년 바(Ba)는 자이(Giáy)족의 아가씨 웃(Út)을 사랑하였다. 청년은 생김새가 훤칠한데다가 노래를 잘하고 피리를 잘 불러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집안이 매우 가난하였다.

웃(Út)은 자이족 부족장의 딸로 집안이 부유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웃(Út) 아가씨 집에서는 눙족은 자이족과는 종족이 서로 달라 풍속과 습관이 다르고, 청년의 집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였다.

그래서 두 청춘남녀는 집을 나와 커우바이 산에 있는 동굴로 도망을 가서 함께 살았다. 그러자 아가씨 집안에서는 총과 활을 어깨에 메고 청년의 집으로 찾아가서 딸을 산으로 데리고 간 것에 대해 청년의 부모에게 항의하였다.

이에 질세라, 청년의 집에서도 몽둥이, 총, 칼을 들고 아가씨 집으로 가서 분풀이를 하였다. 두 집안싸움이 두 종족간의 불화로 발전되어 종족간의 싸움으로 비화된 것이다.

굴속에서 살고 있던 청년 바(Ba)와 아가씨 웃(Út)은 두 집안, 두 마을, 두 종족간의 싸움으로 번져 피투성이가 된 광경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쌍방이 서로 다투는 것은 바로 자신들의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양 측이 더 이상 싸움으로 피 흘리는 것을 막기 위하여, 바(Ba)와 웃(Út)은 눈물을 머금고 헤어지기로 결심하였다. 단, 조건으로 매년 한 번씩, 헤어지기로 결심한 날에 커우바이에서 서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그 날이 바로 음력 3월 27일인 것이다. 이후 커우바이는 하장성 연인들의 약속장소가 되었다.

베트남 하장성의 커우바이(Khâu Vai) 러브마켓 축제에 참석하는 소수민족들(사진=안경환)

러브마켓은 상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다. 시장에 오는 사람은 옛 사랑이 그리워 옛 연인의 그림자라도 한 번 다시 볼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다.

만약 옛 연인을 만난다면, 그날 밤과 그 다음날까지 밤새도록 못 다한 정을 나누고, 지난 일 년 동안 겪었던 일들과 그리움을 토로하며 시간을 보낸다. 헤어질 시간이 되면, 석별의 아쉬움을 나누며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부부가 같이 시장에 나와 부인은 부인대로 옛 연인을 찾고, 남편은 남편대로 옛 정인을 찾아 옛 정을 나누는 사람도 제법 많다. 그럼에도 부부가 서로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해 주는 것이 친구의 정신적인 삶을 위한 신성한 책무이자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커우바이(Khâu Vai)의 러브마켓은 베트남 소수민족의 독특한 문화임에 틀림이 없다. 연인이 없는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짝을 찾기 위하여 시장에 온다. 시장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시장에 오는 사람들은 한껏 몸치장을 하고 집에서 미리 준비한 음식을 가져와, 한적한 곳을 찾아 자리를 펴 놓고,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며, 옛 연인들끼리 만나 사랑의 정을 나눈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전설에 나오는 청년을 기리기 위하여 사당 ‘옹묘(翁廟)’와 아가씨를 기리는 ‘파묘(婆廟)’를 세워 두 남녀의 사랑을 기리고 있다.

하장성 커우바이의 만개한 메밀꽃 밭(사진=안경환)

하장성은 세계 배낭족들이 가고 싶어 하는 20대 지역가운데 4위를 차지하고 있다. 10월과 11월이 유채 꽃 만큼 아름다운 하장성의 메밀꽃이 만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계단식 논에서 벼가 익어갈 즈음에 하장성을 여행하는 것은 굽이굽이 도는 산악 도로의 아찔한 절경과 함께 선경(仙境)에 와 있다고 착각하게 할 것이다.

산악지방에서 소수 민족들이 운영하는 사우나탕에서 장작불로 데운 물로 여독을 풀면서 창밖으로 고산 준봉을 감상하는 묘미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추억을 간직하게 해준다. 커우바이에 들려 러브마켓을 둘러보는 묘미는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베트남 하장성의 관광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 경관과 산악지방의 산채요리, 민물에서 잡은 고기 매운탕과 저렴한 여행비가 관광객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장성 사람들의 순박함이 여행객의 마음속에 다시 찾아오고 싶은 미련의 씨앗이 되어 메밀꽃 향기와 함께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게 될 것이다.

<안경환 본지 편집주간>

안경환 본지 편집주간

안경환 본지 편집주간은 1955년 충북 충주시에서 태어났다. 충주고를 졸업하고 한국외대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했으며, 베트남의 국립호찌민인문사회과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어문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외국인 1호 박사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친선문화진흥공로 휘장과 평화우호 휘장을, 호찌민시로부터 휘호, 응에안 성으로부터 호찌민 휘호를 받았고, 베트남문학회에서 외국인 최초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4년 10월 12일에는 하노이 수복 60주년 기념으로 하노이시에서 '수도 하노이 명예시민'으로 추대된 유일한 한국인이다. 2017년 11월 20일에는 국립호찌민인문사회과학대학 개교 60주년 기념식에서 ‘자랑스러운 동문 60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으며, 2018년 12월 베트남 정부로부터 우호훈장을 수훈했다. 조선대학교 교수와 한국베트남학회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