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신안군] ‘고래·홍어·흰꼬리수리’ 생태·역사·서사 품은 ‘K-관광섬 자산어보 흑산도’ 브랜드로 관광자원화 본격 시동

- ‘흑산도의 물결 위에 브랜드가 흐른다’…자산어보가 품은 K-관광섬의 미래가 보인다 - 김대인 신안군수 권한대행 “자산어보 정신을 현대적으로 되살리는 상징적인 첫걸음...흑산도만이 가진 독특한 자산으로 국내외 관광객에 매력적인 K-관광섬으로 자리매김할 것”

2025-04-22     정양기 기자
전남 신안군이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K-관광섬 프로젝트 일환으로 공개한 ‘자산어보 흑산도’ 브랜드 디자인은 섬의 스토리를 시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사진=조용원 기자/신안군청)

[한국지방정부신문=정양기, 조용원 기자] “섬은 곧 도서관이고, 바다는 백과사전이다.” 200년 전 흑산도에서 한 유배인이 바다 생물 226종을 기록하며 남긴 문장이 이제 관광 브랜드로 되살아나면서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다.

신안군이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K-관광섬 프로젝트 일환으로 공개한 ‘자산어보 흑산도’ 브랜드 디자인은 섬의 스토리를 시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흑산도, 자연·역사·생태·미식까지 모두 갖춘 ‘스토리가 있는 섬’

자산어보 흑산도 브랜드 디자인

흑산도(黑山島)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서해 최서남단에 위치한 19.7㎢ 면적의 섬으로 목포항에서 약 92km 떨어져 있다. 검게 보이는 울창한 산림(흑산)에서 이름이 유래됐으며 섬 전체가 험준한 산지로 둘러싸여 있어 ‘바다 위의 요새’로 불리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자연경관이 뛰어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이 유배되었던 섬으로 이곳에서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집필했다. 과거에는 서해안 3대 어시장(파시) 중 하나로 번성했으며 홍어의 주산지로도 유명하다. 매년 300여 종 이상의 철새가 거쳐 가는 국내 최대 철새 중간기착지이며 특히 흰꼬리수리, 솔개 등 멸종위기종도 다수 서식한다. 자산어보 유적지, 흑산도 일주도로, 철새전망대, 홍어 마을, 아름다운 해안길 등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K-관광섬’으로 지정되어 브랜드화 및 관광자원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자산어보, 유배지에서 피어난 해양지식의 결정체

‘자산어보(玆山魚譜)’는 1814년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시절, 섬 주민 장창대와 함께 집필한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 백과사전이다.

문과 출신 학자가 어민과 함께 고기잡이 배를 타고 바다를 누비며 기록한 생물들은 생물학적 정보는 물론, 당시 주민의 생활, 언어, 생태까지 담겨 있다.

이 책은 조선 지식인의 ‘실사구시’ 정신과 민중 중심 기록문화의 상징으로 평가되며, 자연과 사람을 잇는 최초의 로컬 콘텐츠 기록물이기도 하다.

 ‘K-관광섬 자산어보 흑산도’ 브랜드 디자인(BI)은 자산어보의 정신을 오늘날 관광 언어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으로 '섬이 곧 이야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사진=조용원 기자/신안군청)

‘고래의 등 위를 날다’… 흑산도의 자연을 상징으로 브랜딩하다

이번에 공개된 ‘K-관광섬 자산어보 흑산도’ 브랜드 디자인(BI)은 자산어보의 정신을 오늘날 관광 언어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고래처럼 생긴 섬의 실루엣은 흑산도의 해양 정체성을 상징하고, 철새가 날아오르는 형상은 생태 다양성과 ‘섬을 지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짙은 바다색조의 자연 색감은 섬의 정적이고 깊은 매력을 시각화한다.

이 디자인은 단순한 로고를 넘어서, ‘섬이 곧 이야기’가 되는 브랜드 철학을 품고 있다는 평가다.

고래·홍어·흰꼬리수리, 섬을 대표할 캐릭터로 재탄생

신안군은 브랜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의 상징 동물인 고래(바다와 연결성), 홍어(흑산도 식문화의 상징), 흰꼬리수리(멸종위기 생물로 생태 자산)를 캐릭터화하여 관광 굿즈, 교육 콘텐츠, 이모티콘, 체험 프로그램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포함돼, 참여형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자산어보 흑산도' 브랜드는 고래(바다와 연결성), 홍어(흑산도 식문화의 상징), 흰꼬리수리(멸종위기 생물로 생태 자산)를 캐릭터화했다(사진=조용원 기자/신안군청)

관광지에서 브랜드 섬으로… ‘체험 중심’ 4대 프로젝트 추진

신안군은 이번 브랜드 디자인 공개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자산어보 테마마을 조성, 옛 파시(어시장) 문화의 관광자원화, 철새 탐조 기반 생태관광 활성화, 흑산도 주변 해상관광화 인프라 확충 등 4대 핵심 사업을 연계 추진한다.

이는 흑산도를 단순 ‘관광지’가 아니라 머무르며 체험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브랜드 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흑산도, 서사의 섬에서 세계의 섬으로

김대인 신안군수 권한대행은 “이번 브랜드 디자인은 흑산도의 자산어보 정신을 현대적으로 되살리는 상징적인 첫걸음”이라며, “흑산도만이 가진 독특한 자산을 기반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K-관광섬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산어보 흑산도’는 섬을 넘어서 하나의 서사적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생물 백과에서 출발해 관광, 생태, 주민 참여, 콘텐츠 산업까지 아우르는 이 프로젝트는 로컬이 글로벌로 가는 방법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