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전국 최초 ‘시그니처 향’ 공모전 연다, '공간 브랜딩' 신호탄...경기도서관, 향기로 엮는 '지식의 풍경' 도전 ‘환경·세대 융합’ 공간 구현
- 10월 개관...책과 경기도 자연‧문화 어우러진 공간성 구축 - '감각 확장' 도민 참여형 공모전...향기로 그리는 기억과 정체성 - 도서관, 단순한 책 저장소 아닌 '다감각적 문화플랫폼' 확장 실험
[한국지방정부신문=김미숙 기자] 올해 10월 개관을 앞둔 경기도서관이 책 냄새 너머로 도민의 후각까지 사로잡는다.
경기도(도지사 김동연)는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을 기점으로 전국 최초로 ‘도서관 시그니처 향(香)’ 공모전을 시작했다.
공모 주제인 ‘경기도서관을 떠올리게 하는 향’은 단순한 후각적 즐거움을 넘어, 이용자가 책을 펼치는 순간 떠오르는 따뜻한 기억의 실타래를 엮는 실험이다.
선정된 향기는 개관 후 경기도서관 내부 공간은 물론, 전시·공연장·카페 등 복합문화공간 곳곳에 은은히 퍼져 도서관만의 아이덴티티로 자리잡게 된다.
‘환경·세대 융합’ 복합문화공간 비전...책과 경기도 자연‧문화 어우러진 공간성 구축
경기도서관은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기후·환경 도서관’을 표방한다. 수원 영통구 도청로 40에 들어설 신축 건물은 태양광 패널·건물 외피 냉난방 시스템 등을 갖춰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설계 중이다.
또한 생애 주기별 맞춤형 자료실, 어린이·청소년·장애인·노년층을 위한 인클루시브(inclusive) 공간을 배치해 세대 간 교류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후각 요소가 도서관 브랜드로 자리잡으면, 이용자는 책과 경기도의 자연‧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성을 더욱 선명하게 인식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들꽃·숲내음·흙냄새 등이 조합된 향기는 남한산성의 숲과 맞닿은 인접 녹지를 떠올리게 하고, 계절별 기후행동 캠페인과 연계된 향기는 기후환경 의제를 도서관 경험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다.
'감각 확장' 도민 참여형 공모전...향기로 그리는 기억과 정체성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마들렌의 향기로 소중한 과거를 소환했던 ‘프루스트 현상’을 인용한 박민경 경기도 도서관정책과장은 “책과 향기의 결합은 기억을 각인시키는 매개가 된다”며 “도민이 도서관에서 만난 한 권의 책, 한 모금 차, 한 번의 대화가 향기로 오래도록 남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6월 30일 오후 6시까지 경기도 소리 누리집을 통해 작품을 접수하며, 참여 대상에는 나이‧전공‧지역을 불문한 국민 모두가 포함된다.
1차 내부 심사와 대국민 선호도 조사, 2차 전문가 심사 과정을 거쳐 8월 말 최종 수상작이 발표된다. 특히 대국민 선호도 조사는 향기 마케팅 분야의 새 지평을 열 ‘시민 감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첫걸음이어서, 단순 경쟁을 넘어 문화기획의 원천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도서관, 단순한 책 저장소 아닌 '다감각적 문화플랫폼' 확장 실험
이번 공모전은 도서관을 단순한 책 저장소가 아닌, 다감각적 문화플랫폼으로 확장시키려는 실험이다.
그렇기에 전문 후각 조향가와의 협업, 알레르기·민감성 검증, 향의 지속성 관리 등 기술적·안전적 과제도 함께 떠오른다. 또한, 채택된 향이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하게 긍정적 경험을 보장할 수 있을지, 문화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그니처 향’은 공간 브랜딩의 신호탄이자, 시민 참여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는 역동적 시도로 평가받는다.
6월 말 최종 수상작 발표 이후, 경기도서관이 어떤 향으로 도민의 기억을 점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