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순천시] 《기획특집》 “지방소멸의 경계에 선 순천의 해법은? ‘모든 세대가 살기좋은 도시’였다”...지속가능한 가족친화·공공의료·복지정책 본격화

- 여성친화도시 재지정, 안전·일자리·돌봄·출산지원까지 ‘성평등 도시’ 실현...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상위단계 인증, 아동권리 실현과 돌봄·참여정책 선도 - 품격 있고 활기찬 시니어 생활, 고령친화도시 순천에서라면 OK...사는 곳에서 진료받을 권리, 지방소멸 대응할 필수의료체계 구축

2025-04-25     정양기 기자
여성·아동·고령자 모두가 존중받는 도시, 그리고 어디서나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반을 갖춘 도시를 꿈꾸는 순천은 지금 ‘함께 살아가는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사진=조용원 기자/순천시청)

[한국지방정부신문=정양기, 조용원 기자] 인구절벽과 고령화, 의료공백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순천. 그러나 위기 극복과 성공하는 방법을 아는 노관규 순천시장과 공직자, 시민들은 절망 대신 해법을 선택했다. 여성·아동·고령자 모두가 존중받는 도시, 그리고 어디서나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반을 갖춘 도시를 꿈꾸는 순천은 지금 ‘함께 살아가는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지방소멸, 인구절벽, 고령화… 이런 단어들이 더 이상 비극적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순천 같은 도시가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숫자 너머의 삶을 바꾸는 것, 그것이 정책의 본질이어야 한다는 것을 순천은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인구절벽이 아닌, 가능성의 전환점으로

2024년, 여수·순천·광양을 포함한 전남 동부권 인구는 마침내 70만 명 선이 붕괴됐다. 저출산, 고령화, 청년 유출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이 지역은 더 이상 '지방소멸'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순천은 이 위기를 ‘새로운 도시철학’을 실현할 기회로 삼았다. 단순한 출산장려 정책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살기 좋은 도시’, 곧 가족친화도시, 여성친화도시, 아동친화도시, 고령친화도시, 그리고 의료기반도시로서의 토대를 착실히 다져가고 있다.

여성의 일상부터 출산 이후까지…‘성평등 도시’로 가는 길

2016년 여성친화도시로 처음 지정된 순천은 2022년 재지정에 이어 3단계 도약을 준비 중이다.

순천의 정책은 선언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부모가정·1인가구 안심홈세트, △야간 민관경 순찰, △난자냉동 지원 소득기준 폐지 등 여성의 안전과 자기결정권을 전방위적으로 보장하려 한다.

특히 '아픈 아이 병원돌봄서비스'와 같은 실용적 정책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워킹맘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다. 이는 단지 여성정책이 아닌, 도시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순천은 지역에서 치료받을 권리를 강조한다. 인근 대도시로 나가는 번거로움 없이 내가 사는 곳에서 응급처치부터 전문치료까지 가능한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갖춘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사진=조용원 기자/순천시청)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순천, 아이 목소리까지 담는다

순천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상위단계 인증 도시다. 형식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아이들이 놀고,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8호까지 조성된 ‘기적의 놀이터’, 방학 중 급식비까지 챙기는 돌봄센터, 외국인 자녀에게도 평등하게 보육비를 지원하는 포용 정책은 '아이의 일상'을 도시가 함께 돌본다는 철학의 반영이다.

2025년에는 국공립어린이집 3곳이 추가로 생긴다. 더 주목할 점은 아동참여위원회. 순천은 아이들이 정책에 '수혜자'로만 머무르지 않고, '참여자'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권리 중심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노년의 품격, 도심에서도 누릴 수 있다

‘고령친화도시’는 단순한 타이틀이 아니다. 순천은 WHO 국제네트워크 재인증을 통해 2029년까지 이 자격을 유지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생태수도 순천, 품격 있는 노년 생활’이라는 비전 아래 복지·의료·여가를 연결한다.

2025년 착공 예정인 북부복지타운은 요양과 복지, 지역밀착형 시설이 결합된 복합공간이 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외서파크골프장 건립, 경로당 활동비 신설, 참전·보훈 명예수당 인상은 단순한 복지가 아닌 존중의 문화를 뒷받침한다.

지방소멸의 방파제, ‘지역의료 독립’ 선언

순천은 지역에서 치료받을 권리를 강조한다. 인근 대도시로 나가는 번거로움 없이, 내가 사는 곳에서 응급처치부터 전문치료까지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순천시 필수의료지원재단’을 설립하고, 연간 40억 원을 들여 응급·소아·심뇌혈관 진료를 강화한다.

이미 순천성가롤로병원은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로 지정됐고, 달빛어린이병원은 2025년 3곳까지 확대돼 아이들과 부모의 불안을 줄이고 있다.

도시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곳

순천이 보여주는 것은 간단하다. 인구 문제를 숫자가 아닌 ‘삶의 조건’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머물고 싶고, 떠나고 싶지 않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순천을 특별하게 만든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식상할 만큼 흔해진 지금, 순천은 그 말의 무게를 실감하면서도 "지속가능한 도시의 새로운 교본”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