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영안군]《어버이날특집》 “늙어도 괜찮은 나라, 영암이 시작한다”...노인의 삶이 바뀌는 곳, 영암 효도복지의 현장을 가다
- ‘가치있는 노년, 든든한 효도복지’ 생산적 복지 일자리 등 4대 분야 772억원 투입, 어르신 생활 혁신 지원...2024 복지부 노인일자리사업 최우수기관…생활터로 찾아온 배움 등 인기 - 우승희 영암군수 “초고령 사회는 현실이지만, 준비된 지역은 기회의 발판...효도복지로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의 존경 속에서 존엄하게 살아가도록 하겠다”
[한국지방정부신문=조용원 기자] “예전엔 나이 드는 게 겁났는데, 이젠 하루가 기다려집니다.” 영암군 기찬커피에서 일하는 한 어르신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침마다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를 내리는 일이 삶의 활력이 됐다. 일은 고단하지만, “누군가 기다리는 곳”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다고 했다.
전라남도 영암군(군수 우승희)은 이미 초고령사회를 넘어 초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24년 현재 군 전체 인구의 30.9%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전국 평균 18%를 크게 웃돈다.
그럼에도 영암 어르신들의 표정에는 희망이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가치있는 노년, 든든한 효도복지’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고령친화 복지정책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은 가족 안에서의 사랑을 돌아보는 날이다. 하지만 그 의미를 지역사회로 확장해 보자. 우리가 나이 들고 싶은 곳, 우리 부모가 머물고 싶은 고장이 어디인지 생각해 본다면 영암의 ‘효도복지’는 단순한 시혜를 넘어 전국이 따라야 할 노년의 새로운 표준이 될지도 모른다.
복지로만 채울 수 없는 노년...영암은 일자리를 줬다
노년은 누군가에겐 휴식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외로움이다. 특히 시골 독거노인 비율이 높은 영암에서 노인의 일자리는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는다.
영암군은 ‘생산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올해만 2,083명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2년 전보다 무려 500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기찬밥상, 기찬커피, 찾아가는 기찬빨래방, 전통수의, 발효식품, 다육이 재배 등 경로당 공동작업장 17곳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기찬빨래방은 이동 세탁차량까지 도입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이불을 직접 수거·세탁·배달하며 일자리와 돌봄을 동시에 실현한 대표 모델로 꼽힌다.
“욕심은 없어요, 다만 자식들 걱정은 덜고 싶어요"
노후의 가장 큰 불안은 건강이다. 영암군은 어르신들이 병원문턱 앞에서 주저앉지 않도록 지역차원의 통합건강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군내버스 전면 무료화(누구나버스), 대상포진 예방접종 무료, 군민주치의제, 백세팔팔걷기 포인트제, 난청 기준 미달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보청기 지원 사업, 미용·목욕·식사까지 카드로 간편하게 지원하는 행복바우처카드(연 18만원)를 운영 중이다.
특히, 경로당에는 TV·냉난방기 교체, 좌식 생활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객장소파 보급 사업 등을 통해 ‘쉬는 공간’이 아닌 ‘사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배움엔 나이 없다...다시 펴는 노인의 교과서
노인이 가장 고립되기 쉬운 영역이 ‘문화와 교육’이다. 영암군은 이를 ‘생활터로 찾아가는 배움’으로 해결하고 있다.
시니어대학, 찾아가는 실버대학(매월 1,130명 참여), 평생학습센터(라인댄스, 카페바리스타, 생활마술 등), 내년 양방향 소통 시스템으로 확대 예정으로 시범운영 중인 ‘온라인 실버노래교실’, 마을 어르신 2,798명에게 최신영화 관람 기회 제공하는 ‘엄니, 극장가시게’ 등을 운영 중이다.
특히, 군청 소재지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읍·면 단위 작은 복지문화거점을 촘촘히 설치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초고령사회의 해법, 영암형 ‘올케어’가 답하다
영암군은 전국 군 단위 최초로 ‘통합돌봄추진단’을 신설했다. 이는 오는 2026년 시행 예정인 <지역돌봄 통합지원법>에 발맞춘 선제적 조치로, 어르신이 거주하던 곳에서 의료·돌봄·생활지원이 통합 제공되는 ‘영암 올케어’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어르신 한 분이 마을의 역사입니다. 존엄한 노년은 존경으로부터 시작됩니다.”라는 우승희 영암군수의 말처럼 효도는 개인의 의무를 넘어 사회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 그 실험이 오늘도 영암에서 이어지고 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초고령 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준비된 지역은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영암군이 효도복지로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의 존경 속에서 존엄하게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