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신안군] 샴페인과 막걸리, 174년 전 한-프 인연을 예술로 잇다...‘2025 신안 비금도 샴막 예술축제’, 유럽 17개국 참가

잊혀진 민간 외교 비사, 문화 외교로 부활....문화예술교류로 유럽과 신안군의 국제협력 발판 마련 기대

2025-05-22     정양기 기자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는 ‘샴페인과 막걸리’의 우정을 주제로 한 ‘2025 신안 비금도 샴막 예술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두 번째 열리는 이 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에 머물지 않고, 이 섬이 간직한 외교사의 이면을 재조명하며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국제적 연대의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 프랑스 포경선 나르발호(Narval)(사진=조용원 기자/신안군청)

[한국지방정부신문=정양기, 조용원 기자] 신안 비금도발 프랑스행 샴페인이 다시 돌아온다. 한 세기가 넘도록 역사책에도, 외교 문서에도 드러나지 않았던 한국과 프랑스의 비공식 외교 서사가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샴페인과 막걸리의 예술축제’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난다.

오는 24일,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는 ‘샴페인과 막걸리’의 우정을 주제로 한 ‘2025 신안 비금도 샴막 예술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두 번째 열리는 이 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이 섬이 간직한 외교사의 이면을 재조명하며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국제적 연대의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

비금도와 프랑스의 잊혀진 민간 외교 이야기

역사는 종종 정식 조약이나 정치 문서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다.

1851년, 프랑스 포경선 나르발호(Narval)는 한반도 서해상에서 조업 중 갑작스런 폭풍을 만나 좌초된다. 배는 큰 피해를 입었고 선원들은 가까운 비금도에 표류하듯 도착했다.

당시 섬 주민들은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기보다 쌀과 물, 땔감을 나누며 구조에 나섰고, 선원들은 몇 달간 머물며 주민들과 정을 나눴다.

이들은 돌담을 함께 쌓고 바닷일을 도왔으며, 막걸리를 배우고, 프랑스식 손편지를 남겼다.

기록에는 당시 주한 프랑스 영사 몽티니(Montigny)가 비금도를 방문하여 감사를 전하고 일부 주민과 문화 교류의 장을 열었다는 이야기가 구전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한국과 프랑스 간 최초의 민간 차원의 문화 접촉 사례로 간주되지만 정식 외교사에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포스터=신안군청)

샴페인과 막걸리의 만남, 섬에서 피어난 문화 외교

‘샴막 예술축제’는 바로 이 잊힌 역사의 한 페이지를 문화로 되살린 시도다.

샴페인은 프랑스를, 막걸리는 한국을 상징하며 이 둘의 ‘우정’을 예술과 체험, 음식과 학문으로 풀어낸다.

2025년 축제에는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17개국에서 100여 명의 예술가·학자·외교인사가 참가한다.

축제는 나르발호 난파 지점, 선원 체류지, 몽티니 영사 방문지 등 역사 탐방, 비금도 민속예술, 한국 전통예술, 프랑스 현대음악 협연 등 예술 공연, 샴페인·막걸리 시음회, 양국 전통 음식 워크숍, 공동 벽화 제작 등 문화 체험으로 구성됐다.

또한 엠마누엘 후 파리 시테대 교수의 ‘851년 우리가 몰랐던 한국-프랑스의 첫 만남’을 주제로 한 학술컨퍼런스와 함께 스테판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총장, 소니아 샤이엡 주한 프랑스상공회의소 대표 등이 참여한다.

지역에서 세계로 'Glocal 신안'…신안의 ‘섬 외교’

신안군은 이번 축제를 단순한 관광자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국제 협력의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Glocal 신안'의 전략적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김대인 신안군수 권한대행은 “이 축제를 통해 문화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섬이라는 경계 밖에서 글로벌 문화외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미 일부 참가국은 축제를 계기로 신안군과의 예술 교환 프로그램, 기후문화 협약, 청년 문화교류 등의 협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금도가 남긴 메시지...비금도는 더 이상 외딴 섬 아닌 역사 품은 국제교류의 섬으로 재탄생

174년 전, 태풍에 떠밀려온 프랑스 선원들과 그들을 맞이한 비금도 사람들 사이엔 언어도, 문화도, 국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인간의 본성과 환대, 문화에 대한 경외감이 있었다.

이제 그 이야기가 예술로, 와인과 막걸리로, 그리고 기억으로 다시 세계인 앞에 펼쳐진다.

비금도는 더 이상 외딴 섬이 아니라 역사를 품은 국제교류의 섬으로 재탄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