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곡성군] ‘멸종위기 한국꼬마잠자리’ 국내 최대 서식지, 곡성 월봉습지를 가다...세상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 생존의 희망을 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된 세계 최소형 잠자리 ‘한국꼬마잠자리(Nannophya koreana)’...2020년 유전자 분석 통해 국내 고유종으로 공식 분류,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자연 유산’으로 평가

2025-05-23     조용원 기자
전남 곡성군의 월봉습지가 세계 최소형 잠자리 ‘한국꼬마잠자리(Nannophya koreana)’의 국내 최대 서식처로 확인되면서 단순한 자연 보호를 넘어 생태계 보전의 전략적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사진=조용원 기자/곡성군청)

[한국지방정부신문=조용원 기자] 섬진강 기차마을로 잘 알려진 심청의 고장 전라남도 곡성군(군수 조상래)의 월봉습지가 또 한 번 국내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된 세계 최소형 잠자리 ‘한국꼬마잠자리(Nannophya koreana)’의 국내 최대 서식처가 이곳에서 확인되면서 단순한 자연 보호를 넘어 생태계 보전의 전략적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1.5cm의 기적', 곡성에서 꽃피우다

지난 5월 12일, 월봉습지에서 한국꼬마잠자리 성충 개체가 처음 발견된 데 이어 19일에는 곤충전문가들과 곡성군이 공동 조사한 결과, 무려 2,000마리가 넘는 개체가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국내 보고 사례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월봉습지가 이 종의 핵심 서식지임을 입증하는 결과다.

몸길이 약 1.5cm의 이 잠자리는 화려한 무늬와 낮은 비행 습성으로 특이성을 가지며, 2020년 유전자 분석을 통해 국내 고유종으로 공식 분류되었다.

과거에는 동남아시아 일부 종과 혼동되었지만 이제는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자연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전의 모범, 월봉습지의 20년

이번 대규모 서식 확인은 단순한 생물 발견을 넘어, 지역 차원의 꾸준한 생태관리 노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월봉습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곡성군이 보존·관리해온 습지로 도시화와 농지 개발 속에서도 멸종위기종의 ‘안식처’로 기능해 왔다.

특히 이곳은 단순한 방치 습지가 아니다. 환경부의 생태보전부담금 반환사업을 통해 복원된 묵논습지는 철저히 관리되고 있으며, 일시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 생태 안정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야생생물이 공존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된 세계 최소형 잠자리인 ‘한국꼬마잠자리(Nannophya koreana)’는 2020년 유전자 분석을 통해 국내 고유종으로 공식 분류되었으며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자연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사진=조용원 기자/곡성군청)

서식지의 ‘공동체화’가 필요하다

이번 발견은 생태적 성과인 동시에, 지역 사회가 생물다양성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곡성군은 생태교육, 탐방 프로그램, 생태관광 자원화 등 주민 참여형 보전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이다. 단순한 보호조치와 조사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서식지 자체를 공동체화하고 보호 행위를 생활과 접목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이 작은 잠자리의 존재 가치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자연과 삶의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멸종위기의 종에서 지역의 자산으로...

월봉습지에는 한국꼬마잠자리 외에도 ▲대모잠자리(멸종위기 II급) ▲수달(멸종위기 I급,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 ▲새호리기 등 다양한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는 월봉습지가 단일 종의 피난처가 아닌 ‘다양성의 보고’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곡성군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꼬마잠자리의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과 함께, 정밀 생태학적 조사 및 중장기 보호계획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생물 하나의 발견이 지역 전체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