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영광군] 차세대 수소산업 핵심기술, 전국 최초 ‘고온 수전해' 실증 본격화...국내 최초 민관연 협력, 미래 청정에너지 주도권 확보 수소산업 중심지 도약
- 전국 유일의 공공 테스트베드 영광 ‘수전해시스템 성능평가센터’ 관심 집중...전남도·영광군·전남테크노파크·고등기술연구원·현대건설㈜·㈜미코파워 시스템 모듈 실증 업무협약
[한국지방정부신문=정양기, 조용원 기자] 국내 수소산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전라남도(도지사 김영록)와 영광군(군수 장세일)이 전국 최초로 ‘고온 수전해(SOEC, Solid Oxide Electrolysis Cell)’ 시스템 실증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대한민국 수소경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업은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닌, 국내 수소기술의 독립성과 산업화를 위한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30일 전남도는 영광군, 전남테크노파크, 고등기술연구원, 현대건설㈜, ㈜미코파워와 함께 100kW급 고온 수전해 시스템 모듈 실증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정부, 지자체,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한 국내 최초의 민관연 협력 실증사업으로 기술 개발부터 인프라 구축, 안전관리, 상용화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차세대 청정수소 생산 기술, ‘고온 수전해’란?
‘수전해’는 물(H₂O)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H₂)와 산소(O₂)를 생산하는 기술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수소 생산법이다.
이 가운데 ‘고온 수전해’는 기존 알칼라인·PEM(고분자 전해질막) 방식보다 훨씬 높은 600~850℃의 고온 수증기를 사용함으로써 전기 에너지 사용량을 크게 줄이고 에너지 효율은 높이는 첨단 기술이다.
특히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할 경우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완전한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이번 실증에 사용되는 100kW급 시스템은 중소형 규모지만 장기 목표는 MW(메가와트)급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대형 고온 수전해 시스템 개발이다.
이를 통해 전남은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수소를 지역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국내 유일 테스트베드, 영광 ‘수전해시스템 성능평가센터’ 주목
실증이 진행될 ‘수전해시스템 성능평가센터’는 영광 대마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전국 유일의 공공 테스트베드다.
산업통상자원부 2021년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국비 153억 원을 확보해 구축된 이 센터는 MW급 규모의 수전해 시스템을 실제 산업환경에서 장기간 실증할 수 있는 인프라와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센터는 향후 국내외 기업들이 직접 수전해 시스템의 상용화 전 단계에서 성능을 검증받고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수소산업 R&D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실증사업은 이 센터에서 추진되는 첫 실증 프로젝트로서 상징성과 기술적 중요성을 동시에 갖는다.
국내 최초 민관연 협력으로 미래 수소산업 구조 혁신
이번 협약에서 각 기관의 역할도 뚜렷하다. 전남도와 영광군은 부지 제공과 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을 맡고, 전남테크노파크와 고등기술연구원은 인프라 운영과 안전관리를 책임진다.
미코파워(주)는 고온 수전해 시스템 모듈을 공급하고 운전을 주관하며, 현대건설(주)은 설계와 시공, 시운전 등의 기술적 실행을 담당한다.
이처럼 ‘기획-실증-확산’ 전 과정에 걸친 유기적 협업 구조는 향후 수소 산업 생태계 조성의 청사진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 청정 수소산업의 국가적 거점으로 성장
정현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이번 실증사업은 단순한 기술검증을 넘어 전남이 청정수소 산업 중심지로 도약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향후 MW급 플랜트 확장, 그린수소 공급망 구축, 수소모빌리티 연계 등을 통해 전국 수소클러스터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세계 수전해 시장은 2024년 약 57억 달러 규모에서 2032년에는 1,823억 달러로 폭발적인 성장을 앞두고 있으며, 국내 시장도 같은 기간 5,480만 달러에서 5억 달러로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이 예고돼 있다.
이러한 시장 흐름 속에서 전남의 이번 실증사업은 기술 선점과 시장 선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선구적 사례로 기대된다.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첫걸음...대한민국 수소산업의 심장으로 도약
전남도의 고온 수전해 실증사업은 대한민국이 청정수소 자립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이자, 지방정부 주도의 신에너지 산업 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이번 사업은 ‘기술-산업-지역’이 함께 도약하는 전환점이다.
이제 전남은 단순한 실증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수소산업의 심장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다.
전남 영광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곧 국가 수소경제의 큰 물결로 이어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