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영광군]《기획특집-지방소멸 맞선 인구혁명❶》 합계출산율 6년 연속 전국1위 '시골 군에 무슨 일이'...청년이 몰려오는 ‘이도향촌(離都向村)’ 역주행 내막

- 1년 새 1,693명 증가, 청년 인구가 45%나 차지...전국 최고 수준의 결혼·출산정책, 전국 최초 청년부군수제, 전국 최초 청년발전기금 100억 조성·청년전용예산제 운영, 풍력·태양광 에너지 기본소득제 추진 - 장세일 영광군수“결혼, 출산, 육아, 정주 여건 개선 등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인구 정책 통해 지방소멸 위기 극복, 인구 10만 자립 도시 실현”

2025-08-06     정양기ㆍ조용원 기자
전남 영광군(군수 장세일. 사진 가운데)이 혁신적 결혼·출산 정책, 청년정책, 정주여건 개선 등으로 지방소멸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이촌향도(離都向村)’를 ‘이도향촌(離都向村)’으로 대전환시켜 전국이 주목하고 있다.(사진=조용원 기자/영광군청)

[한국지방정부신문=정양기, 조용원 기자] 수도권 1극체제 심화와 함께 지방 인구감소와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지방 중소도시와 군 단위 지역은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위협 앞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혁신적 결혼·출산 정책, 청년정책, 정주여건 개선 등으로 정면으로 맞서며 ‘이촌향도(離都向村)’를 ‘이도향촌(離都向村)’으로 대전환시켜 역주행을 택한 시골 군이 있어 전국이 주목하고 있다.

바로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이며 원불교 성지이자 굴비와 모싯잎송편으로 유명한 ‘천년의 빛’ 전라남도 영광군(군수 장세일)이 그 주인공이다.

‘이도향촌(離都向村)’, 즉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향하는 인구 이동의 대전환이 지금 영광군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청년 인구의 유입, 합계출산율의 전국 1위 유지, 그리고 에너지 기반의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까지. 이 모든 변화는 기초 지자체의 정책적 상상력과 실행력이 결합될 때, 인구감소라는 거대한 사회적 흐름도 거슬러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년 새 1,693명 증가…청년층 인구가 45% 차지, ‘이도향촌(離都向村)’의 역주행 전국이 주목 

2025년 7월 기준, 영광군의 총인구는 53,033명으로 1년 전보다 1,693명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군 단위 지역이 줄줄이 인구 하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드문 현상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가운데 청년층(18~45세)이 757명, 영유아(0~6세)가 80명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숫자 이상의 변화다. 이는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고 지역에서 가정을 꾸리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영광군은 전국 지방정부 중에서도 가장 선제적이고 과감한 청년 및 결혼·출산 정책을 시행하며 청년층이 실제로 ‘머물고 싶은 지역’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결혼·출산, ‘현실적인 지원 정책’이 만든 합계출산율 6년 연속 전국 1위

영광군은 6년 연속 합계출산율 전국 1위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 자연 감소가 전국적으로 고착화되는 시점에서 이 수치는 극히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는 ‘보여주기식 출산 장려’가 아닌 실질적이고 생활 밀착형 결혼·출산 정책이 있었다.

결혼 장려금 500만 원 지원, 신생아 양육비 최대 3,500만 원, 출생 기본수당 지급,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신혼부부·다자녀가구 보금자리 지원, 전세자금 이자 보조, 난임 부부 시술비 전폭 지원 등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아이를 낳고 기르며 생활하는 전 과정에 걸친 정책 연계망으로 설계되어 있다.

특히 ‘양육비 최대 3,500만 원’이라는 구체적 수치는 전국 지방정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지원’은 지역 내 출산 장려의 실효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전국 최초의 100억 청년발전기금·청년부군수제 운영…청년이 돌아오는 이유가 있다

영광군의 인구정책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청년 지원 정책의 전면화다.

단순한 인구 유입보다, 청년이 ‘정착’하고 ‘삶을 설계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를 위해 전국 최초로 청년부군수 제도를 도입했고, 청년 정책을 전담할 행정 구조를 마련했다.

가장 주목할 정책은 전국 최초의 ‘청년발전기금 100억 원 조성’이다. 이는 청년정책을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한 재정적 기반이다.

기금을 바탕으로 ▲청년전용예산제 운영 ▲청년일자리 장려금 ▲청년 주거비 지원 ▲취업활동 수당 ▲청년 창업 지원 등이 실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년 전용 마을인 ‘늘품빌리지’도 26억 원 규모로 조성 중이다. 주거공간과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해 청년 간 교류와 공동체 형성을 유도하고, 청년 육아나눔터 개관(9월 예정)으로 돌봄 공백 해소까지 도모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은 청년 삶의 질 인프라라 할 수 있다.

“에너지를 수익으로”… 풍력·태양광 기반 ‘기본소득형 자립도시’

영광군은 인구정책을 넘어 지속가능한 자립 도시 전략에서도 선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 기반 경제 생태계’ 구축이 그 핵심이다.

현재 추진 중인 풍력·태양광 발전 사업은 단순한 친환경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익을 군민과 ‘기본소득’ 형태로 공유하려는 모델이 준비 중이다.

에너지→산업→일자리→인구→소비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순환 구조를 통해 지역 경제의 내성을 키우고 정주 여건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인구 유입과는 차원이 다르다. ‘머물러 살 수 있는 이유’를 마련해 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며 이는 장기적 인구 유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방소멸에 대한 실질적 대안”…영광군이 남긴 정책적 함의

장세일 영광군수는 “청년과 가족이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곧 미래다”며 “결혼, 출산, 육아, 정주 여건을 아우르는 정책을 통해 인구 10만 자립 도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영광군의 사례는 단순한 행정의 ‘선례’가 아니다.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실질적 대안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정책적 프로토타입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방정부 스스로 청년을 설계하고 가족을 유치하며 산업을 통해 정주 여건을 개선해 나간 실제 사례로 다른 지방정부의 참고와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초지방정부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지방의 역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영광군. 시골 군의 작지만 단단한 ‘인구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