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성남시] ‘시민이 판단하는 민원해결’ 시대 열다, '전국 최초 시민참여단' 참여한 고충민원 배심제...'행정 투명성 · 수용성 제고' 분수령
- 시민배심에 민원 당사자·관계부서 모두 참여한 공개 심의 진행...15명 배심원 중 9명 찬성으로 30일 내 재심의 약속하며 ‘숙의와 재검토’ 원칙 확인 - 옴부즈만 명칭 전환·찾아가는 고충처리 운영의 연속선상에 선 제도적 실험...학계, “심의적 시민참여가 갈등 완화와 정책 정당성 증대에 기여” 평가 - 시민 주도의 ‘행정-시민 숙의 구조’로의 전환, 지역 거버넌스 실험장 전망
[한국지방정부신문=김미숙 기자] 경기 성남시(시장 신상진)가 제도적으로는 옴부즈만의 기능을 지역차원에서 보다 참여적으로 확장하고, 정책적 관점에서는 주민의 ‘현장 경험’을 행정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성남시 시민고충처리위원회(공동위원장 임동본·박완정)가 20일 시청 푸른도시사업소 회의실에서 전국 최초로 도입한 시민참여단이 포함된 고충민원 배심제를 개최했다.
성남시의 이번 배심제는 단순한 민원처리 기법의 변형을 넘어, 행정과 시민 간 권한 배분을 재설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날 안건은 금광동 ‘금빛그랑메종’ 입주자들이 제기한 경사로 엘리베이터 설치 요청으로, 배심원단 15명(위원장 2인·자문위원 9인·시민참여단 4인)과 성남시 재개발과 등 관계 부서 공무원 5명(3개 부서)이 한자리에 모여 공개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회의는 민원인 측 의견서 제출, 관계부서 설명, 배심원단 질의·응답, 의견 청취 순으로 진행됐고, 배심원단은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현안의 기술적·행정적 쟁점을 꼼꼼히 점검했다.
표결 결과 15명 중 9명이 찬성해 30일 이내 추가 배심제를 열어 최종 결론을 도출하기로 했다.
‘시민옴부즈만’에서 ‘시민고충처리위원회’로, 참여형 해결 구조로의 이행
이번 배심제는 성남시가 지난해 ‘시민옴부즈만’에서 명칭을 바꾸고 찾아가는 고충처리위원회를 운영해온 연장선에서 나온 실험적 조치다.
시는 관내 50개 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현장 민원을 청취하는 활동을 펼쳐왔고, 올해 초·중으로 시민참여단을 위촉해 시민이 정책·민원 해결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왔다.
성남시는 시민참여단의 위촉과 리빙랩·현장 방문 활동을 통해 ‘현장 중심’의 참여 거버넌스를 강화해 왔다.
이러한 맥락은 이번 배심제가 단발적 행사가 아니라 제도 설계 차원에서 시민 역할을 확대하는 전략의 일환임을 보여준다.
‘행정의 설명 가능성’, ‘시민의 참여권’ 강화...두 마리 토끼 겨냥
학술·정책 문헌은 숙의적 시민참여(시민배심·시민참여단 등)가 갈등 사안에서 정책의 정당성, 수용성, 그리고 갈등 완화 효과를 높이는 수단임을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다.
환경·지역 갈등 사례를 분석한 연구들은 공론화·숙의를 통한 주민참여가 당사자 간 신뢰를 쌓고, 기술적·윤리적 쟁점을 다층적으로 검토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결론짓는다.
또한 중앙 권익기구가 정의하는 옴부즈만·고충처리 제도는 행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사법적 권리구제 수단으로 평가된다.
성남시의 배심제 도입은 이론적 근거와 국내 권익운영의 틀 안에서 ‘행정의 설명가능성’과 ‘시민의 참여권’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 시도로 읽힌다.
공정성 확보, 정보 비대칭 해소, 그리고 ‘재심의’ 과정의 투명성
이번 첫 회의의 실무적 성과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시민참여단을 포함해 주민·전문가·행정이 한 테이블에서 공개적으로 쟁점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둘째, 배심원단이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려 한 점은 향후 판정의 질적 수준을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셋째, 표결에서 과반의견이 도출되었지만 최종 결론을 30일 내 재배심으로 미룬 결정은 ‘서둘러 결론 내리기보다 추가 심의를 통한 합리적 수렴’을 선택한 것으로, 숙의민주주의의 원칙을 현실 운영에 반영한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관건은 추가 배심 과정에서 공개되는 자료의 범위와 전문성 확보, 최종 결론 채택 시 관계부서의 이행계획 및 시점 명확화, 타 지방정부에 대한 제도 확산 가능성 등이다.
이들 지표는 성남시 배심제의 지속 가능성과 제도적 효과를 판단하는 핵심 관찰 포인트가 될 것이다.
특히 학계의 일반적 평가처럼, 이러한 숙의적 참여 장치는 갈등을 관리하고 정당성을 보완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그것이 현실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투명한 자료 공개, 전문성 보강, 그리고 결과 이행력 확보가 동반되어야 한다.
성남시가 30일 내 재개최할 추가 배심제에서 어떤 자료와 설득이 제출되고, 최종 결론이 어떻게 실무에 연결되는지에 따라 이번 제도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