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도민배심 “엄격한 장치 아래선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인권 침해 아냐”...공공안전 · 기술효용 · 인권보호 균형 모색, '합리적 숙의' 결과
- 국내 인권기구·국제 규범 검토 속 도민·전문가 배심원의 신중한 판단...‘엄격한 조건·사전심사·사후통제’가 정당화 핵심 - 유럽의 규제·국내 권고와 병행 검토…법적·윤리적 안전장치 마련 요구 속 실무적 적용 가능성 모색
[한국지방정부신문=김미숙 기자] 경기도(도지사 김동연)가 27일(수)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제3회 도민인권배심회의’에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실시간 원격 생체인식)을 전면 금지할 필요는 없으나, 중범죄 대응 등 공공안전 목적에 한해 엄격한 조건과 관리 장치가 전제될 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번 배심회의는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희대 이사의 주재 아래 학계·인권·기술 분야 전문가 배심원들과 2022년부터 선발된 도민인권배심원단이 함께 참여해, 공공의 안전과 개인의 기본권 보호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작동 가능한 균형점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도민 배심원단의 판단은 ‘기술의 공익적 효용(중범죄 탐지·예방)과 잠재적 인권 침해(오인식·차별·낙인화) 사이의 긴장을 엄격한 관리로 해소할 수 있다’는 실무적 성격을 띤다.
지방정부 숙의 의미...정책 설계의 ‘현장 적응형’ 모형 제안
경기도 도민인권배심회의는 단순한 찬·반 논쟁을 넘어, 지역사회 맥락에서 적용 가능한 원칙과 절차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도민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공익(중범죄 예방)과 인권(프라이버시·차별 방지)을 동시에 고려한 ‘조건부 수용’ 결론을 낸 것은, 향후 중앙정부 차원 법제화나 지방별 정책 설계 시 참고할 만한 실무적 템플릿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배심회의 결론이 현실의 입법·제도적 보완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는 이번 결론을 바탕으로 투명한 절차 도입, 독립적 감시기구의 참여, 알고리즘·데이터의 공개 검증, 피해 구제 체계 확립 등을 포함한 후속 정책 설계에 착수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런 점에서 이번 도민인권배심회의는 ‘기술 수용의 전제조건’을 지역 차원에서 확인한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도민 · 전문가 함께 내린 ‘조건부 정당화’ 결론...국제 규범과 권고 교차 검토
배심회의는 단순한 지역 차원의 논의를 넘어서 국제 규범과 각국의 권고 기준을 교차 검토했다.
특히 유럽연합의 인공지능법(AI Act) 체계는 공공장소에서의 ‘실시간 원격 생체인식’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면서도 특정 중범죄 대응 등 극히 제한된 목적에 대해선 사전·사후의 법적·절차적 안전장치를 전제로 예외를 두고 있다.
EU 규정은 법집행 목적의 개별적 사용에 대해 사법적 승인 또는 독립적 행정기관의 사전 허가, 그리고 기본권 영향평가 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완전 금지’와 ‘무제한 허용’ 사이에 명확한 규범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논의 지형은 경기도 배심회의가 ‘조건적 정당화’ 결론을 도출하는 데 중요한 비교근거가 됐다.
인권 우려의 구체적 쟁점들과 국내 권고의 현실적 함의
배심원단은 기술의 장점(신속한 용의자 특정·중범죄 예방)뿐만 아니라 오인식으로 인한 부당 조사·체포, 특정 집단에 대한 편향·차별 심화, 사회적 낙인화(‘위축 효과’) 등 실질적 인권 위험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러한 우려는 국내외 인권기구들의 권고와도 상응한다.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NHRCK)는 과거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의 공공장소 도입 전까지 모라토리엄(중단 권고)을 권고했고, 정부는 관련 권고를 수용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국내 인권기구가 제기한 ‘예방적 규율’의 필요성은 경기도의 논의가 법·제도 정비와 투명한 절차 마련을 병행해야 함을 강조하는 배경이 됐다.
전문가, '투명성 · 사전영향평가 · 사후감독의 조합' 관건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기술의 합법적·윤리적 사용을 담보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핵심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된다.
첫째, 명확한 법적 근거와 사용 목적의 엄격한 제한(어떤 범죄·어떤 상황에서만 사용하는지), 둘째, 사전(기본권) 영향평가와 사법(또는 독립기관)의 사전 승인, 셋째, 투명한 데이터/알고리즘 관리(검증 가능한 성능·편향 검사)와 개인정보 최소 수집 원칙, 넷째, 사후감독·구제절차(오인식 피해 시 신속한 구제 및 책임소재 명확화)다.
유럽의 인권·데이터 보호 기관들(EDPB·EDPS)과 EU의 인권기관들도 원격 생체인식 기술의 고위험성을 지적하며 엄격한 통제나 금지를 주장해 왔는데, 이는 경기도 배심회의 ‘조건부 정당화’ 결론에 균형적 근거가 됐다.
전문가들은 “정교한 통제장치와 독립적 감시가 확보될 때 기술은 공공안전의 보조수단으로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