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 점자 위 새겨진 권리, 전국 기초지방정부 최초 ‘시각장애인 점자 소비쿠폰 선불카드’ 제작 · 배부...'실질적 접근성 정책' 명문화
- 단순 지원 넘어선 인권 행정...‘금액 표시 없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설계가 낳은 후속 조치 - 지역행정의 작은 혁신, 국제적 흐름과 맞닿다...점자·촉각 카드 도입, 글로벌 금융 접근성의 일환
[한국지방정부신문=김미숙 기자] 수원특례시(시장 이재준)의 점자 선불카드는 단순 편의 개선을 넘어 ‘정책적 보편성’과 ‘인권 존중’의 경계선을 확장한다.
수원시가 전국 기초지방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點字)로 표기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를 제작·배부한다는 결정은, 단순한 물리적 편의 제공을 넘어서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 설계가 어떻게 포용성과 인권 존중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조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형식·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 대상 정보 비대칭과 이용 장벽을 직접적으로 해소하려는 행정적 의지의 표현이다.
지방정부의 ‘접근성 실험’이 만드는 사회적 표준
수원시의 점자 소비쿠폰 선불카드 도입은,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일상적 경제활동에 즉시적·실질적 도움을 주는 동시에 ‘접근성은 선택이 아닌 표준’이라는 메시지를 공공영역에 각인시킨다.
중앙정부의 금융접근성 정책과 국제적 모범 사례들이 맞물려 갈 때, 이 같은 지방 실험은 곧 제도적 표준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관건은 ‘한 번의 배포’에서 끝내지 않고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지속적 개선(음성 안내 병행, 점자 교육·홍보, 민간 결제창구 대응 매뉴얼 등)을 통해 실질적 자율성과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다. 수원시의 이번 시도는 그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분명하다.
수원시는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과 협업해 카드에 점자 정보를 새기고, 카드 사용 방법을 설명한 별도의 점자 안내문도 함께 배포할 계획이다.
기존에 이미 발급된 선불카드는 거주지 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면 점자 표기된 선불카드로 교체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했다는 점도 실무적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접근성 개선’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중앙적 설계뿐 아니라 지역 도서관·장애인단체 등 전문기관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원칙을 확인시킨다.
‘금액 표기 없는 선불카드’ 설계에서 인권 행정의 연장선으로
수원시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 때 선불카드에 금액을 표기하지 않는 조치를 취한 바 있으며, 이번 점자 선불카드 도입 또한 ‘인권 존중 행정’의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자체의 지급 체계(일반 국민 1인당 15만원, 차상위·한부모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 40만원 등)는 수원시 안내 및 경기도·정부의 공지와 일치하며, 수원시는 경제적 차이를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위화감을 줄이려는 설계를 먼저 적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점자 카드 도입은 공공정책 설계의 세부(general-to-specific)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금융당국과 장애계에서 추진되는 ‘시각장애인용 점자·음성 자료 제공’ 흐름은 수원시의 조치를 외연적으로 보완하는 맥락이다.
금융위원회와 관계기관들은 이미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서류와 음성 전환 자료를 제공하는 인프라 구축을 권고·확대하고 있고, 은행권도 음성 OTP·점자 보안카드 등 접근성 기능을 도입하는 추세다.
이러한 중앙정부·금융권의 정책 흐름 속에서 지방정부가 선제적으로 점자 선불카드를 도입한 것은 ‘현장성’과 ‘정책 수용성’을 동시에 높이는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카드 사용 과정에서의 음성안내, 상점 계산대에서의 직원 응대 매뉴얼, 카드 분실·재발급 절차 등 서비스 전반의 통합적 개선이 병행된다면, 실질적 자율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권 접근성' 트렌드...작은 표식 하나가 불러올 '행정・사회적 변화'
수원시의 점자 카드 도입은 국제적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글로벌 카드사와 금융기관들도 시각장애인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카드에 촉각 표식을 추가하거나 점자 표기를 도입해 왔다.
대표적으로 Mastercard의 ‘Touch Card’ 표준 도입 및 여러 은행의 점자·촉각 카드 사례, 그리고 브라질의 Nubank나 호주의 Westpac 등에서 점자 또는 촉각 표식을 가진 카드를 내놓은 사례는 물리적 카드 디자인으로 접근성을 확보하려는 국제적 실무 흐름을 보여준다.
수원시의 조치는 이러한 국제적 관행을 지방정부 차원으로 번역한 구체적 실험으로 읽힐 수 있다.
수원시의 조치는 ‘작지만 상징적인’ 변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지방정부 차원의 포용 정책 설계가 중앙 정책과 어떻게 보완·확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둘째, 지방정부가 장애인 정보접근성 개선을 위해 전문기관과 협업하는 모델을 실증한 점에서 다른 지자체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셋째, 실사용자 경험(점자 이용 숙련도, 음성 안내 병행 여부, 판매·결제 창구 응대)과 관련한 지속적 모니터링이 병행된다면 제도 설계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