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주민 손으로 골든타임 사수, 전국 광역지방정부 최초 ‘주민참여형 산사태 대피체계’ 마련...대피 행동 일상화, '실전형 안전모델' 제시
- 주민 의견에서 출발한 ‘일몰 전 사전대피’·‘고령층 맞춤 구호품’ 도입...현장 맞춤형 대피전략으로 신속한 탈출 동선 확보 - 재난안전기동대와 이·통장 중심의 현장 네트워크 결합...대피 조력·물품공급·심리지원까지 원스톱 체계화
[한국지방정부신문=김기문 기자] 대구광역시가 '주민이 먼저 생각하고 주민이 먼저 행동한다'라는 의미를 지닌, 주민 참여를 핵심으로 하는 '대구형 선제적 주민대피체계'를 전국 광역 지방정부로는 처음으로 운영한다.
이번 체계는 단순히 행정이 명령하는 ‘하향식 대피’에서 벗어나, 실제 대피 경험이 있는 마을 주민·이·통장과의 사전 소통을 통해 대피 시점, 배부 물품, 취약계층 지원 방식까지 주민 선호를 반영해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대구시는 산사태 취약지역 355곳 등을 근거로 실효성 있는 사전대피 기준과 현장 자원 배치를 조정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대피 거부감 감소’와 ‘주민 주도의 안전문화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의 이번 시도는 기후 위기 시대 ‘현장 중심·사전 예방형’ 재난관리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실천적 해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현장 한계에서 나온 실전형 개선안, 일몰 전 대피·맞춤 구호품·대피 조력자 수당
대구시는 지난 7~8월 집중호우 당시 달성군 일부 지역에서 대피를 시행하며 확인된 문제들(야간·새벽의 신속대피 어려움, 고령자·단독가구의 이동 제한, 구호물품 내용과 배부 지연에 대한 불만)을 토대로 구체적 개선안을 마련했다.
주민과의 직접 소통에서 제기된 요구는 일몰 전 사전대피 권고, 고령층이 선호하는 ‘간편 식음료’ 등 맞춤형 구호품 지급, 대피 조력자(이·통장 등)에 대한 수당 지급, 그리고 산림재난교육·치매예방·심리지원 프로그램 병행으로 정리됐다.
시는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해 대피계획을 보완하고, 재난안전기동대를 중심으로 인력·물품·순찰 기능을 통합 운영할 방침이다.
이번 대구시의 체계화 노력은 단지 지역적 실험이 아니다. 올해 7월 집중호우로 경남 산청·경기 가평 등에서 산사태·급류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사전 대피와 지역사회 준비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또한 2023년 태풍 ‘카눈’ 때 군위군 부계면 등에서 발생한 산사태 사례는 우리 지역 지형 특성상 산림재난이 언제든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현실은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사전대피와 주민 참여형 체계의 필요성을 방증한다.
지역사회 참여·선제대피·통합 자원배치가 '사망률' 낮춘다
재난관리 학계와 국제 권고는 ‘지역사회 기반(community-based) 재난위험관리’가 초기 대응의 효과를 크게 높인다고 지적한다.
조기 대피 권고와 주민 중심의 연락망 구축, 단계별 행동요령과 모니터링이 결합될 때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유의미한 성과가 보고되어 왔다.
예컨대, 지표 기반의 산사태 대피관리 연구는 표면 변형·변위 측정 등과 연계된 기준을 통해 대피 시점을 과학적으로 설정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대피 ‘기준’의 설정이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 미국·국제 연구들은 조기 경보와 지역사회 준비가 피해 경감의 핵심임을 반복해서 제시한다.
대구시 모델은 이러한 국제·학술적 권고와 궤를 같이하면서도 실무적으로는 ‘구·군 이·통장·재난안전기동대’의 결합이라는 실행 가능한 포맷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향후 평가 관건은 ‘대피율·피해 감소 수치’가 실제로 개선되는지의 계량화이며, 이를 위해선 정량적 모니터링과 학계·현장의 공동 평가가 병행돼야 한다.
‘현장 네트워크’ + ‘교육·심리지원’ 결합...대피 행동 일상화하다
대구형 모델의 눈에 띄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재난안전기동대가 광역 차원에서 구·군과 연결되어 물품조달·대피지원·순찰 등 실무를 총괄한다는 점이다.
둘째, 단순한 피난에 그치지 않고 대피소에서 산불·산사태 교육 영상과 전문 상담가의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 ‘대피를 둘러싼 심리적 저항’을 낮춘다는 점이다.
셋째, 주민 의견을 반영해 ‘대피 시점(일몰 전 권고)’과 ‘구호물품 구성’ 등을 조정함으로써 실제 현장에서 주민이 수용 가능한 대피 체계를 만든다는 점이다.
행정·주민·지역리더(이·통장)가 역할을 분담한 이 모델은 단기적으로는 대피율 제고, 중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 재난 회복탄력성 강화라는 성과를 겨냥한다.
박희준 대구시 재난안전실장은 “재난 대비는 행정만의 몫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의 과제”라며 앞으로도 시민 생명 안전을 최우선으로 다양한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