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포항시] 국내 최초 ‘초저온 플라즈마 집속 이온빔’ 상용화, 바이오 연구 ‘심층 지도’ 그리기...'지역 인프라 질적 도약 · 산업화' 연결
- 극저온 가공·분석의 한계 깨고 ‘세포 내부의 3차원 지도’ 확보...구조생물학·신소재 분석 동시 진전 예고 - 지역·대학·기업 연결한 개방형 플랫폼으로 연구·인력·상용화 선순환 체계 구축 목표
[한국지방정부신문=김기문 기자] 경북 포항시(시장 이강덕)가 최근 세포막단백질연구소에서 ‘초저온 플라즈마 집속 이온빔(CRYO-ET)’ 장비의 개소식을 열고 국내 첫 상용 가동을 공식화했다.
이번 개소는 단순한 장비 도입을 넘어 ‘초저온 상태에서 플라즈마 기반 집속 이온빔을 이용한 정밀 가공·분석’이라는 기술적 역량을 지역에 영구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장비는 열·전기적 자극에 민감한 바이오 시료를 손상 없이 처리하면서 단층(lamella) 수준의 미세구조를 확보할 수 있어, 세포 내부 구조의 3차원적 재구성·분석이 가능해진다.
기존의 전자 단층촬영 및 전처리 장비는 두꺼운 세포 시료를 전자빔 관찰에 적합한 두께로 만드는 과정에서 시료 손상이나 구조 왜곡의 위험을 동반해왔다.
CRYO-ET 장비는 극저온 환경을 유지하면서 플라즈마 기반의 집속 이온빔을 생성·제어해, 시료 내부의 미세영역을 정밀하게 얇게 밀링(milling)할 수 있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크라이오-라멜라(cryo-lamella)’는 전자현미경에서의 신호대잡음비를 개선시키고, 단층 수준의 높은 공간분해능 3D 데이터를 산출한다는 점에서 연구 속도와 신뢰도가 모두 개선된다.
구조생물학·나노소재 분석 분야에서는 이러한 이점이 곧 ‘바이오 시료 손상 최소화’와 ‘신소재 미세구조의 원형 보존’으로 직결된다.
관련 학계의 종합적 검토는 cryo-FIB 기반 워크플로우가 in-situ 구조생물학의 표준적 도구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포항시는 이번 장비를 기반으로 기업 기술지원, 공동연구,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 산업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장비 개소’가 아니라, 데이터·시료·장비·인력의 순환을 통한 전주기 연구생태계 구축 의지로 읽힌다.
특히 포항 지역에는 이미 3세대·4세대 방사광 가속기(PLS·PAL-XFEL 등)와 cryo-EM 설비가 집적돼 있어, 소재·구조·기능 분석을 위한 상호보완적 인프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이점이다.
이러한 인프라 조합은 기초구조 규명부터 신약 후보물질의 구조기반 설계, 나아가 신소재의 미세구조·결함분석까지 빠른 전환을 가능하게 해 ‘기초 → 응용 → 산업화’의 연결고리를 짧게 만든다.
이번 장비가 포항에 상시적으로 가동될 경우 국내 연구자들이 해외 장비 접근에 의존하던 시간·비용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산업체는 구조기반 의약품·바이오 소재 개발의 초입 단계에서부터 정밀 분석을 수행할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학계·산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는 “국내 연구의 자립성 및 신속성을 높이는 동시에, 장비 접근성을 바탕으로 한 기술이전·스타트업 창업이 촉진될 가능성”이라는 점이다.
포항시는 이번 장비가 교육부의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 인프라 고도화’ 사업을 통해 도입됐으며, 이를 발판으로 국내외 연구진과 기업의 개방형 연구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 지원을 토대로 한 장비 도입 사례는 특정 지역의 연구인프라가 전국적·국제적 연구수요를 흡수하는 ‘거점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중앙정부의 인프라 고도화 사업 안내와 운영 틀은 이미 공고·운영되고 있어, 지역 단위에서의 전략적 장비 활용 계획 수립과 연계 프로그램 설계가 관건이다.
포항이 보유한 CRYO-EM·CRYO-ET·3·4세대 방사광 가속기(및 XFEL)라는 장비 구성은 국내에서 드물게 연구·분석의 전주기를 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적 장점이다.
이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지역 산업으로 파급되려면(1) 개방적인 장비 이용체계와 합리적 과금·지원 모델, (2) 실무형 인력 양성 과정(시료 전처리·데이터 처리·분석 등)에 대한 장기적 투자, (3) 산·학·연 간의 과제화·사업화 실험실 운영을 통한 성과 도출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
포항시의 발표대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지금의 설비는 출발점일 뿐이며, 이를 운영·연결·전환하는 정책·교육·산업화의 후속조치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