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평구] 전국 최초 ‘소방관 대상 치유목공’ 협력...119특수구조단과 맞손, 재난현장 응답인력 '보이지 않는 상처' 보듬는다
- 제복을 벗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는 기술과 관계의 재구성...목공 활동을 ‘예방·회복’의 공공정책으로 제도화 - 현장 경험이 남긴 트라우마와 사회적 책임의 교차...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 운영과 성과분석 약속
[한국지방정부신문=김기문 기자] 서울 은평구(구청장 김미경)가 지방정부와 현장 구조조직이 목공 기반의 회복 프로그램을 재난 대응 인력의 정신건강 지원 수단으로 제도화한 전국 최초의 사례를 선보이며, 공공 차원의 예산·행정지원과 전문 인력 연계를 통해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확장한다.
이와 관련해 은평구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은 최근 구청장실에서 소방관 대상 치유목공 프로그램의 정기 운영과 성과 분석, 치유 기반 확대를 위한 공동 협력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제복을 벗으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시민이자 가족”이라며 이번 협약을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따뜻한 회복 동행’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협약은 단기적으로는 소방관들의 심리적 안정과 일상 회귀를 돕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의미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난 대응 인력의 정신건강 관리가 지역사회와 행정이 함께 책임지는 공공서비스로 자리매김하는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제도적 안정성·학술적 검증·임상 연계가 충실히 이루어진다면, 은평형 모델은 다른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참고할 만한 선례가 될 것이다.
목공 기반의 회복 프로그램, '재난 대응 인력의 정신건강 지원 수단' 제도화
은평구는 2023년부터 소방관을 대상으로 치유목공을 시범 운영해 왔으며, 지난 3년간 16회에 걸쳐 157명의 소방관이 참여했다고 보고했다.
서울 119특수구조단의 자체 분석에서도 목공 활동은 다른 치유 활동에 비해 참여도와 만족도가 특히 높게 나타났고, 원거리 배치된 특수부서(특수구조대·119항공대·수난구조대·산악구조대 등) 소속 인력들도 이동 부담에도 불구하고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고 한다.
이 같은 현장 데이터는 프로그램의 실무 적합성과 수용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동할 수 있다.
왜 지금인가, 구조현장 트라우마의 현실과 예방 필요성
이번 협약은 단순한 복지형 체험사업이 아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재난의 구조활동에 투입된 일부 소방관들이 이후 심리적 고통을 겪고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사례가 사회적 경종을 울리며, 현장 대응인력의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 차원에서 공적 책임으로 끌어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국내외 보도와 수사·보건 자료는 재난 현장 1차 대응자들이 장기적으로 우울·불안·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높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다.
정신건강·재활 분야의 체계적 연구는 공예·목공 등 ‘손으로 하는 창작 활동’이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 경감 및 자기효능감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의 체계적 문헌검토는 공예 기반 개입이 정신건강·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시하되, 장기 효과와 메커니즘 규명을 위한 고품질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국내 연구들은 소방공무원 집단에서 PTSD 유병 경향과 관련 요인을 분석하며, 직무 특성상 PTSD 위험군이 존재함을 보고해 왔다.
따라서 목공 기반의 ‘예방형 집단 개입’은 기존의 심리치료(개인 상담·인지행동치료 등)를 보완하는 실무적·사회적 안전망으로 평가될 수 있다.
‘현장성에 기반한 예방적 공공정책’ 평가, 응급구조인력 정신건강을 시스템적 관리
정신건강·재활 연구자들은 이번 협약을 ‘현장성에 기반한 예방적 공공정책’으로 평가한다.
체계적 근거들은 공예·숲·레크리에이션 기반 활동이 단기간의 정서 안정과 사회적 연결을 돕는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PTSD 예방·치료의 관점에서는 표준화된 평가 지표, 대조군을 둔 효과성 검증, 장기 추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전문가 관점에서 은평구와 119특수구조단의 협력은 ① 현장 접근성 확보 ② 프로그램 표준화(프로토콜·안전지침 포함) ③ 성과의 객관적 분석(심리측정·생체지표 포함) ④ 임상적 연계(필요시 전문 치료로의 이행)가 병행될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권고한다.
이 권고는 프로그램을 ‘체험성 이벤트’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응급구조인력의 정신건강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으로 확장하는 데 길잡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