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구] 서울 최초 ‘스마트 화분’ 실험, 일상 돌봄 새 장...'반지하 · 노후주택 홀몸 어르신' 온화한 동반자 되다, '기술과 사람' 결합
- IoT가 연결한 식물 돌봄, 단순 기기가 아닌 생활지원과 전문 케어의 네트워크로 진화하다 - 연구가 말하는 원예치유의 효과...우울감 완화·사회적 유대 회복 가능성 확인, 지역복지 모델로 확장할 근거 마련
[한국지방정부신문=김미숙 기자] 서울 중구(구청장 김길성)가 아침의 첫 눈길이 된 녹색 동반자 '스마트 화분'이 바꾼 독거어르신의 일상을 공개했다.
중구가 서울 최초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의 독거 어르신 100가구에 보급한 ‘IoT 스마트 화분’이 단순한 생활보조 물품을 넘어, 하루의 리듬을 새롭게 만드는 장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노후주택에서도 LED 조명, 자동급수, 온도조절 기능을 갖춘 스마트 화분으로 상추·루꼴라 등 채소와 초화류를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게 되자, 설치 직후부터 “집안이 환해졌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 사업은 단순 배포에 그치지 않고 생활지원사와의 동행, 그리고 주기적 방문을 통한 케어매니저의 전문적 돌봄까지 연결되어 있어 기기와 사람이 결합한 ‘돌봄 생태계’를 구축한 점이 주목된다.
서울 중구의 스마트 화분 지원 사업은 ‘기술’과 ‘돌봄 인력’, ‘원예치유 기반 프로그램’이 결합할 때 지역복지의 질적 전환을 모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와 현장 사례를 잇는 신중한 검증 작업이 병행된다면, 중구의 시도는 서울 내 다른 자치구로의 확산뿐 아니라 지역사회 기반의 ‘작은 녹지 복지’ 모델로서 의미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
기술과 사람의 협업, 케어매니저와 생활지원사가 만드는 '정서 회복의 시간'
중구는 스마트 화분 보급 후 원예심리상담사·조경기능사·화예조형장식가 등 자격을 갖춘 케어매니저들이 2개월 단위로 가정을 방문해 식물 상태를 점검하고 교체·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생활지원사와 어르신이 짝을 이루어 진행한 토피어리(식물장식품) 만들기나, 기존 채소에 초화류를 더해 식물 경험을 넓혀주는 프로그램, 그리고 어르신과 생활지원사가 직접 수확한 채소로 밀키트 요리를 함께 만드는 활동 등은 ‘혼자 사는 시간’에 공동 활동의 순간을 넣어 정서적 유대와 일상 활력을 높이는 장치로 작동한다.
어르신과 생활지원사가 함께하는 이런 활동은 기술이 촉발한 관심을 사람 간의 상호작용으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설계다.
원예활동이 노인 정서에 미치는 효과... '삶의 질 향상' 유의미한 효과 보고
스마트 화분 사업의 의미를 단순한 ‘정서적 위안’으로만 보기엔 근거가 있다. 최근의 체계적 고찰·메타분석들은 원예치료·원예활동이 고령층의 우울 증상 완화와 삶의 질 향상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국제적 메타분석과 종설 연구는 원예 기반 개입이 우울감 감소, 사회적 고립 완화, 신체·정서적 기능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며, 국내 연구들 또한 치매·인지저하 대상자와 일반 고령층에서 원예치료의 인지적·정서적 이득을 보고해 왔다.
이러한 학계의 평가는 ‘식물 돌봄’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공공복지 차원에서 정서·사회적 회복을 도울 수 있는 근거 있는 개입임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중구의 시도는 실무적 실험을 통해 학문적 근거와 결합되는 ‘현장 검증’ 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
인구구조와 정책적 필요성, 고령화가 빠른 자치구에서의 '실천적 해법'
중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고령 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으로, 2025년 1월 기준 노인 인구 비율이 30.7%에 이르며 독거 어르신 수가 8,142명에 달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고령층’에 대한 맞춤형 개입의 필요성을 분명히 한다. 한편 서울시 전체 또는 국가 차원의 고령화 지표와 비교하면 특정 자치구의 고령화 수준이 얼마나 지역복지 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구의 스마트 화분 지원은 지역 특성(고령화·독거노인 비중)을 고려한 타깃형 복지의 사례로 평가될 만하다.
동화동에 거주하는 정○○(82) 어르신이 아침마다 화분을 살피며 환하게 웃는 장면, 신당5동 김○○(81) 어르신이 생활지원사와 함께 수확한 채소로 만든 한 끼를 더 맛있게 느꼈다는 소박한 체험담, 그리고 생활지원사 김○○ 씨(60)가 “화분이 어르신께 큰 기쁨”이라 말한 현장 목소리는 통계와 연구 결과를 사람의 삶으로 연결해준다.
중구는 10월 미니정원 만들기와 ‘나의 반려식물’을 주제로 시·그림·사진 공모전을 열 예정이며, 이 같은 문화적 확장은 단순한 복지 행정에서 지역 공동체 문화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