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하천을 ‘진화 창고’로 바꾼다, 전국 최초 '다기능 담수보' 도입...산불 ‘골든타임’ 확보, 하천수 기반 '실전형 진화 인프라' 구축

- 지리산의 경험이 만든 정책 전환...실전(現場)에서 검증된 교훈을 제도화한 결정 - 유압식 가동보로 담아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쓴다...헬기·지상 진화 연계의 실효성 제고

2025-10-21     김기문 기자/공학박사
경남도는 올해 3월 지리산 권역(산청·하동)에서의 대형 산불 진화 경험을 바탕으로, 하천수를 소방용수로 체계적으로 확보·활용할 수 있는 ‘산불 대응용 다기능 담수보’ 설치를 전국 최초로 추진하며, 이를 2026년 신규(시범)사업으로 확정·기획했다. (사진=김기문 기자/경남도청)

[한국지방정부신문=김기문 기자] 경남도(도지사 박완수)가 지리산 대형 산불의 ‘현장 교훈’을 제도화한 과감한 시도로, 전국 최초 ‘산불 대응용 다기능 담수보’ 도입을 통해 ‘현장에서 작동하는 해법’을 목표로 삼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는 올해 3월 지리산 권역(산청·하동)에서의 대형 산불 진화 경험을 바탕으로, 하천수를 소방용수로 체계적으로 확보·활용할 수 있는 ‘산불 대응용 다기능 담수보’ 설치를 전국 최초로 추진하며, 이를 2026년 신규(시범)사업으로 확정·기획했다.

대형 산불을 여러 차례 겪으며 축적된 운영 데이터와 산림항공·지상진화의 실무 경험을 결합해 하천이라는 공공자원을 재난 대응 자원으로 체계화한 시도는, 기후위기 속 잦아지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정부 차원의 실용적 답안으로 평가될 만하다.

향후 설계·시공 과정에서의 투명한 기술적 검증과, 시범 운영을 통한 현장 튜닝이 뒤따른다면 ‘다기능 담수보’는 지역 단위 산불 대응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결정은 산불이 대형화·연중화하는 기후환경 속에서 초기 진화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하천수의 즉시성·가용성이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행정 차원에서 제도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도는 지리산 권역 중 함양 임천과 산청 덕천강을 우선 시범 대상지로 선정했으며, 산불조심기간(매년 11월~다음해 5월) 동안 충분한 용수 확보가 가능한 폭 60m 이상, 유역면적 50㎢ 이상의 중형 하천을 기준으로 삼았다.

각 대상지에는 높이 1.5~2.0m 규모의 유압식 가동보(유압식 가동 보)를 설치해 최대 약 1만8천톤(18,000t)의 물을 담을 수 있게 하고, 산불 발생 시 보를 기립하여 확보한 담수를 헬기 급수·지상 진화에 즉시 공급한다.

평상시나 홍수기에는 보를 전도(回轉) 또는 개방해 하천 흐름을 유지하도록 설계해, 계획홍수위를 변경하지 않는 친환경 공법을 적용한다는 점도 사업의 특징이다.

사업비는 보(湺)당 약 13억 원 수준으로, 설계용역을 거쳐 내년(2026년) 상반기 공사 착수 계획이다.

산불 진화에서 항공 진화는 속도와 도달 범위 면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하지만 헬기의 담수(급수) 시간을 줄이는 것이 곧 진화 효율성 향상으로 직결된다.

국내 산림항공기 중 대형기인 S-64는 수천~여러천 리터 단위의 급수 탱크를 장착해 대량 투하가 가능하고, KA-32 등 주요 산림헬기는 통상 3,000L 전후의 담수량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하천에 미리 확보된 1만8천톤 규모의 물은 연속적·지속적 급수 운영을 가능하게 해 헬기 임무 반복과 현장 재투입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준다. 이는 곧 초기 골든타임 내 화점 억제 가능성을 높이는 실무적 근거가 된다. 

유압식 가동보(또는 가동보 전반)는 국내외에서 하천 유수 조절과 저층수 배출, 홍수 시 퇴적물 배출 기능 등을 고려해 설계·운영되어 온 기술이며, 국내 연구와 설계 지침은 가동보의 안전·수리학적 특성·유지관리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경남도는 ‘설계 시 계획홍수위를 변경하지 않는 친환경 공법’ 등을 명시해 하천 생태·유량 영향 최소화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강조해,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환경 관리 방안까지 함께 제시한 형태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단순한 ‘물 비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자원관리·재난대응·생태보전이 결합된 다목적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높인다.

현장과 정책을 연결하는 관점에서 이번 사업은 곧바로 적용 가능한 ‘현장형 인프라’라는 점에서 전문가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산림항공 운영 측면에서 보면, 현장 인근에 안정적으로 대량의 급수원을 확보해 두는 것은 헬기 임무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지상 진화대의 물 보급 부담을 낮춰 전체 진화 작전의 응답 시간을 단축시킨다.

또한, 하천을 다목적으로 설계해 평상시에는 생태·수자원 관리에 기여하도록 만든 점은 기후위기 시대의 재난 대응 설계로서 의미가 크다.

경남도는 이번 다기능 담수보가 완성되면 산불 최초 발생 시점에서의 대응 속도를 높여 인명·재산 손실을 줄이고, 헬기 운영의 효율화를 통해 진화 비용 대비 효과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하천을 통한 전략적 용수 확보 모델은 다른 산림 인접 지방정부로의 확산 가능성도 엿보이며, 장기적으로는 수자원관리, 지역 생태계 유지, 홍수기 유량 조절 등 복합적인 공익적 효과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파급력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