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농식품부]《심층분석》 이재명표 ‘농어촌 기본소득’ 7개 군 시범사업 시행 의미와 과제...기본소득 중심 ‘기본사회형 농촌 모델’ 구축 제시

- 농식품부, 경기 연천·강원 정선·충남 청양·전북 순창·전남 신안·경북 영양·경남 남해 등 7개 군 선정 - 시범사업 통해 다양한 농어촌 맞춤형 지속 가능한 기본소득 모델 발굴...관계부처·지방정부·전문가 협업 통해 7개 군별 시범사업 운영, 전국 확산 토대 마련 - 송미령 농식품부장관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역경제, 지역공동체 및 사회서비스 활성화 등 지역 활력 회복의 원동력,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

2025-10-21     정양기 기자/행정학박사
이재명 정부가 ‘균형성장과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농산어촌-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을 국정과제(70-5번)로 채택한 후 추진하는 이번 7개 군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고 국가균형성장 발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정책 실험으로 평가된다.(자료=농식품부)

[한국지방정부신문=정양기 기자] 정부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2026~2027년 2년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지난 20일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7개 군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인구감소, 고령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구감소지역(지방분권균형발전법) 69개 군(郡) 대상으로 공모한 결과 총 49개 군(71%)에서 사업을 신청했었다.

이재명 정부가 ‘균형성장과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농산어촌-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을 국정과제(70-5번)로 채택한 후 추진하는 이번 7개 군의 시범사업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순환 구조를 복원하고 국가균형성장 발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정책 실험으로 평가된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누적된 농어촌의 구조적 침체를 ‘보편적 소득’이라는 강한 정책 수단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국비 3,278억원을 투입해 2026~2027년까지 시범사업 선정 지역에 30일 이상 거주하는 주민에게 매월 15만~20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해 생활 안정과 지역 내 소비 선순환을 동시에 노리고, 축적되는 데이터를 토대로 전국 확산 가능성을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지역소멸 대응…‘보편적 농촌 지원 실험’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 활력 저하로 인한 지역소멸 위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기본소득 개념을 접목한 실험적 정책 모델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부터 최근 5년간 226개 전체 기초지방정부 인구감소율은 –1.3%이며, 이 가운데 특히 인구감소지역 69개 군의 인구감소율은 –6.0%로 무려 5배에 가깝다. 또한 2025년도 기준 226개 전체 기초지방정부 고령화율은 20.82%에 이르는 가운데 인구감소지역 69개 군의 고령화율이 38.80%로 54%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업은 각 지역에 30일 이상 거주하는 주민에게 매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급액은 크지 않지만 소비가 지역 내에서 선순환되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보편 지급으로 행정비용을 낮추고 지역화폐로 지역 내 소비를 묶어 경제 파급을 키우겠다는 설계다.

농식품부는 평가 체계를 병행해 주민 삶의 질, 지역상권 매출, 공동체 활동, 인구 동학(전입·전출) 등 복수 지표를 추적하여 사업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향후 전국 확산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어촌 기본소득이 마중물이 되어 지역경제와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이 되도록 모든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선정된 7개 군… 각기 다른 위기와 실험 조건

최종 선정된 시범지역은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7곳이다.

선정 기준에는 인구감소율, 고령화 정도, 지방정부 추진 의지, 기존 유사정책 경험 등이 반영됐다.

먼저, 경기 연천군(군수 김덕현)은 접경지역 특성상 군사 규제와 산업 기반 취약으로 인구 유출이 장기화되고 특히 청년층 유출이 심각하다.

경기도가 도비를 투입해 지방비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청산면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월 15만 원 지역화폐)의 경험이 있어 전국 확산 모델로 주목된다.

강원 정선군(최승준)은 탄광 쇠퇴 이후 관광산업으로 전환했지만 고령화율이 40%를 웃돌며 인구유출이 지속 중이다. 광역 접근성이 떨어지는 산간 구조, 고령화 심화가 복합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역화폐 지급을 통한 내수 순환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됐다.

충남 청양군(군수 김돈곤)은 충남에서도 손꼽히는 초고령 지역으로, 평균 연령이 도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장기 인구감소와 생활 인프라 축소, 의료 공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소득-소비-서비스’ 선순환의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전북 순창군(군수 최영일)은 인구감소가 누적되고 있으나 발효·미생물 등 지역 특화산업 기반이 뚜렷해, 기본소득과 연계한 내수 진작과 청년 정착 유도가 가능한 후보지로 평가됐다.

군 자체 통계와 연구 용역에서도 인구감소·고령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 왔다.

전남 신안군(군수대행 김대인)은 1,000여 개 섬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도서 군으로 고령화·인구감소가 심각한 지역이다.

관광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바람연금·햇빛연금’ 등 실험적 정책과 방문객 유입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역이다. 배당형 기본소득 시행으로 섬 생활권 내 소비 촉진 효과를 가늠하기에 적합하다.

경북 영양군(군수 오도창)은 전국 최저 수준의 인구와 최고 수준의 고령화·초장수 비율이 공존하는 대표적 소멸 위험 지역이다.

현금성 이전을 통한 소비 촉진 효과 보다는 돌봄·의료 서비스와의 연계 필요성이 특히 관건이다.

경남 남해군(군수 장충남)은 농수산·관광산업의 계절 변동성이 크다.

농업·어업의 계절 변동성과 소득 불안정이 큰 편이어서 지역화폐 중심의 기본소득이 생활 안정과 지역 상권 보호에 어느 정도 기여할 지 검증하기 좋다.

이들 7개 군은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낮고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 국비와 지방비 매칭 구조(국비 40%·지방비 60%) 속에서 재정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과제도 함께 짊어졌다.

‘지방비 60%’의 역습...광역지방정부 차원의 매칭, 기금 조성, 민관협력 등 보완책 시급

이번 시범사업은 국비 40%+지방비 60% 투입 구조로 알려져 해당 기초지방정부의 부담이 작지 않다.

경기도는 연천군의 지방비 절반을 도비로 매칭하겠다고 밝혔고 연간 약 240억 원 지원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나 모든 광역지방정부가 동일한 수준으로 분담할 여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 재정자립도에 따라 시범 성과의 편차가 벌어질 위험이 상존한다.

광역지방정부 차원의 매칭, 기금 조성, 민관협력 등 보완책 없이 보편 지급을 확대하면 재정 압박이 도리어 복지 축소나 투자 위축이라는 역습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득 이전을 넘어 공동체 회복으로”

이번 사업의 의미는 단순히 ‘현금성 지원’에 있지 않다.

농식품부는 기본소득을 통해 지역 내 소비를 늘리고 돌봄·의료·교통 등 사회서비스 수요를 촉진해 공동체 회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농촌 인구감소지역 69개 군은 인구감소율 –6%, 고령화율 38%에 이르는 등 소멸위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긴급 처방으로서 보편적·체감형 정책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연천군 청산면의 ‘선행 실험’이 남긴 교훈...소득 지원+생활 서비스 개선 병행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2020~2021년) 추진한 연천군 청산면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이번 정책의 사실상 ‘전신’이다.

청산면 주민 약 1,800명에게 월 15만 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한 결과, 지역 내 소비 증가와 상권 매출 상승 등의 긍정적 효과가 관측됐다. 그러나 인구 유입이나 정착률 향상 효과는 미미했다.

따라서 소득 이전만으로는 정주 인프라(주거·교육·의료·일자리)가 부족한 농촌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소득 지원과 생활 서비스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본사회’ 철학과 맞닿은 농어촌 기본소득의 선행 실험

이번 시범사업은 단순한 복지 확장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기본사회’ 철학과 맞닿아 있다.

기본사회는 모든 국민이 소득·주거·돌봄·교육 등 삶의 기본 조건을 공공성의 틀 안에서 보장받는 사회를 뜻한다.

특히 농어촌은 고립과 불평등이 심화된 공간으로, 기본소득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실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성공 조건은 ‘지속가능성’과 ‘데이터 기반 평가’

이번 시범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재정 구조와 정교한 평가체계가 필수라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인 소비 증진에 그칠 경우 재정 부담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 군에 지역별 전담 추진지원단을 설치해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지표 기반의 성과평가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표에는 △지역경제 활성화 △공동체 참여 △인구 이동 △삶의 질 만족도 등이 포함된다. 이 데이터는 향후 본사업 확산을 위한 정책 근거로 활용될 예정이다.

“돈만 준다고 살길 열리진 않아”…기본소득 중심 ‘기본사회형 농촌 모델’ 구축이 과제

농촌 기본소득은 ‘농촌소멸 대응의 마지막 카드’로 불린다. 하지만 정책의 지속성과 실질적 효과는 여전히 검증 단계다.

지방재정 부담, 지역 간 형평성, 정주 인프라 부족 등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지 못하면 시범사업은 단기적 경기부양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사업의 성패는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한 ‘기본사회형 농촌 모델’ 구축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보편적 소득이 농촌 공동체를 회복시키고 그 속에서 돌봄·의료·주거·일자리 등 필수 서비스가 다시 살아난다면, 이재명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국가균형발전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