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가야 고분 축조기술' 기준점 확인...고성 송학동 14호분 ‘가야권 최대’ 봉분 축조체계 전모 드러내다, ‘왕묘 가능성’ 시사

- 정밀발굴로 확인된 남북 47.5m·동서 53m·높이 7.6m 초대형 봉분...5세기 중엽 소가야 왕묘급 성격 뒷받침 - 봉분의 즙석·토제·상하부 성토 등 완비된 축조공정은 가야 고분 축조기술의 ‘표준형’ 제시...세계유산 등재 이후 보존·복원 연구의 핵심 자료로 부상

2025-10-31     김기문 기자/공학박사
이번 조사로 확인된 봉분은 남북 길이 47.5m, 동서 53m, 높이 7.6m에 이르는 초대형 원형 봉토분으로, 가야권 내부에서 존재가 반복 검증된 최대규모라는 점은 고대 소가야의 정치·사회적 위상을 물증으로 보여준다. (사진=김기문 기자/경남도청)

[한국지방정부신문=김기문 기자] 경남도(도지사 박완수)가 고성군(군수 이상근)와 함께 지원한 정밀 발굴에서 가야권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송학동 14호분의 봉분 구조와 축조공정이 사실상 완전한 형태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로 확인된 봉분은 남북 길이 47.5m, 동서 53m, 높이 7.6m에 이르는 초대형 원형 봉토분으로, 가야권 내부에서 존재가 반복 검증된 최대규모라는 점은 고대 소가야의 정치·사회적 위상을 물증으로 보여준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대형 고분의 완전한 축조단계 확인이 단순한 유물 출토를 넘어 ‘조직화된 인력동원 능력’과 ‘기술적 표준화’의 증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분 내부에서 확인된 수혈식 석곽묘, 즙석(葺石) 처리, 원통형 토기 및 상·하부로 나뉜 성토구조 등은 가야 고분 축조의 기법적 표준을 보여주며, 고분을 만든 사회의 토목·건축 기술 수준과 행정적 조직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이 조사는 국가유산청과 경상남도의 지원으로 (재)삼강문화유산연구원이 수행했으며, 현장조사는 지난 9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발굴단은 14호분의 매장주체부가 길이 5.25m, 너비 0.95m, 깊이 1.2m의 수혈식 석곽묘 형태임을 확인했고, 내부에서는 대도(大刀), 갑주(甲冑), 살포, 철모(鐵矛) 등 무기류와 소가야계 토기류가 다량 출토되었다.

이러한 유물 구성은 단순한 지역 유력자의 무덤을 넘어 ‘소가야 지배층—왕급’의 매장 관행과 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전 1차 조사에서 확인된 대금계판갑(帶金系板甲)과 충각부투구(衝角附冑)는 소가야 지역에서는 처음 확인된 사례로, 이미 학계에서 소가야 지배층의 대외교류와 위세를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로 평가된 바 있다.

이번 2차 조사 결과는 그 연장선상에서 14호분의 위계를 보다 분명히 하는 증거를 더해 주었다. 

‘가야고분군’은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한반도 남부의 가야문명을 대표하는 7개 고분군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경남도(도지사 박완수)가 고성군(군수 이상근)와 함께 지원한 정밀 발굴에서 가야권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송학동 14호분의 봉분 구조와 축조공정이 사실상 완전한 형태로 드러났다. (사진=김기문 기자/경남도청)

송학동 고분군은 이 연속유산의 일부로서, 14호분의 정밀한 축조공정 규명은 유네스코 등재 이후 진행되는 보존·복원 연구에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성과는 단지 지역 유적의 가치를 재확인한 수준을 넘어서, 가야의 사회구조·정치체계와 기술사(技術史)를 재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일차적 자료’로 평가된다. 

국내 가야 고분 연구의 최근 동향을 정리한 학술연구들은 대형 고총(高塚) 고분의 축조가 중앙집권적 권력의 존재와 연관된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해 왔다.

14호분의 경우처럼 봉분의 외면 처리(즙석)와 내부의 토제·성토 공정이 비교적 원형대로 남아 있는 사례는 매우 드물며, 따라서 가야 축조기법을 입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된다. 

박일동 경남도 문화체육국장은 이번 발굴 결과를 두고 “가야권 최대 고분의 축조체계를 정밀발굴로 규명한 성과로, 세계유산 ‘가야고분군’의 가치와 위상을 한층 높였다”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문화유산 보존·활용 행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학술자문회의가 현장에서 개최되었고, 도민과 전문가 대상의 현장공개회가 11월 6일 예정되어 있어 발굴성과를 공개·검증하는 절차가 곧 진행될 예정이다.

경남도는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사적 지정을 확대하고 원형 복원 및 교육·관광자원으로의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 차원의 문화유산 체계가 ‘국가유산청’ 체제로 전환되면서 보존·활용 정책의 틀도 재정비되는 상황이라, 지역 발굴 성과는 보존·관리·해설 방안 수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학계 관계자들은 14호분에서 확인된 봉분 축조의 ‘전 공정(全工程)’이 실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을 특히 주목한다.

이는 가야 고분의 축조기법을 규범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며, 동아시아 고대 사회의 지역적 다양성과 상호교류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비교자료가 된다.

이번 발굴은 단순한 유물 출토를 넘어 가야사 연구의 연구설계와 보존정책을 바꿀 수 있는 ‘기준점’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