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지사 “징비록 교훈 삼아 수도권 중심의 판 바꾸고 지방정부에 실질적이고 포괄적 권한 이양되어야”
[한국지방정부신문=정양기 기자] 이철우 경북지사가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懲毖錄)’의 기록을 교훈 삼아 수도권 중심의 판을 바꾸고 지방정부에 실질적이고 포괄적 권한이 이양되어야 한다며 과감한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징비록(懲毖錄)’은 선조 25년(1592)부터 31년(1598)까지 7년 동안에 걸친 임진왜란 당시 도체찰사 겸 임진(臨陣) 지휘자였던 서애 유성룡이 전쟁이 끝난 뒤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와서 임진왜란의 원인, 전황 등 수난상을 수기(手記)로 기록한 16권 7책으로 중요한 국보급 사료이다.
이철우 지사는 경북도청 안민관 1층에 설치된 ‘미래창고’라는 열린도서관에서 간부회의를 자주 개최한다. 매우 이색적이고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이철우 도지사가 매일 방문한다는 이 ‘미래창고’ 입구에는 “먼저 읽은 책 한 권, 앞선 정책 만든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원래 당직실이었던 이곳은 이철우 도지사의 제안으로 도민들의 책 쉼터이자 직원들이 정책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지식저장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책을 통한 지식축적과 창의적인 정책개발로 경북도가 주도하는 지방시대의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간부회의가 미래창고에서 자주 열리고 있다.
지난 9일에 열린 도서관 간부회의에서 이철우 도지사는 간부들에게 의미 있는 책 한 권을 소개했는데 바로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선생이 임진왜란의 상황을 자세히 묘사한 ‘징비록’이다.
이철우 도지사가 전하는 징비록의 의미는 남달랐다. 부패와 무사안일로 일관했던 당시 조선의 관료와 중앙집권의 폐해를 예로 들었다. 미리 방비를 하지 못해 전국이 불타버린 참혹했던 임진왜란의 경험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라는 문제를 공론화시켰다.
이 지사는 조선시대 중앙집권은 폐해가 매우 심각했다고 진단하고, 대부분의 지방관료는 한양에서 파견되어 가족은 한양에 있고 관료 홀로 지방에 부임한 상태에서 지방에는 애정이 없고 한양으로 돌아갈 기회만 노렸으며 수탈 또한 심각하여 지방이 무너지니 나라도 무너져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진왜란은 그 결정타였으며 나라 전체가 부강하지 못하니 무기력한 패배만 거듭해 왜군이 부산에서 수도 한양까지 진격하는데 보름이 걸리지 않았으며 임금과 관료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고 한양은 불탔다고 당시 극도로 혼란했던 조선의 상황을 한탄했다.
이 지사는 또 식량부족으로 곳곳에 굶어 죽는 백성들이 속출하고 먹을 것이 없어 결국 가족의 인육마저 먹는 생지옥이 벌어졌다고 징비록의 처참한 기록을 회고했다.
특히, 중앙관료 우복룡이 관군을 인솔해 이동하던 중 영천 하양현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이곳을 지나던 하양현 수백 명의 군사들이 말에서 내려 인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자 이를 괘씸히 여긴 우복룡이 자기 군사들을 시켜 이들을 모두 쳐 죽이는 기가 막힌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당시 경상도 관찰사 김수가 임금에게 우현감이 반란군을 진압했다며 무고한 백성의 목을 치고 반란군 진압이라는 거짓 보고로 우복룡은 현감에서 통정대부(정3품)로 특진을 했다는 기막힌 관료의 부정부폐 행각도 상기시켰다.
이러한 징비록의 참담한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킨 가운데 이날 간부회의에서 다시 지금의 중앙집권의 폐해와 지방분권 정책이 함께 논의되었다. 낙동강은 경북에 있는데 환경부 관할이다. 금오공대 역시 경북에 있는데 교육부 관할이다. 지방을 모르는 중앙에서 지역을 관리하니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징비록을 교훈삼아 지방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수도권 중심의 판을 바꿀 수 있는 과감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방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에 실질적이고 포괄적 권한이 이양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또한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우리 공직자들은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담담함과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로 나아갈 때 경북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도민이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