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팹리스기업 ㈜디노티시아·㈜아이닉스·㈜쿠오핀과 협약, 9곳으로 늘어...미래차·제조업 등 광주 주요산업과 융합 기술혁신 등 파급효과 기대
- IT인프라기업 ㈜케이티엔에프·㈜명인이노 등 실증 기반시스템 구축...AI인프라 활용·지역기업과 협력 시장경쟁력 제고
- 강기정 광주시장 “5개 기업의 기술력이 광주의 인공지능 인프라, 정책과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지역 성장동력으로 이어지도록 적극 지원”
[한국지방정부신문=조용원 기자] 국내 AI 산업의 새 중심축이 ‘광주’로 이동하고 있어 광주가 'AI중심도시'를 넘어 'AI반도체 설계 수도'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첨단 반도체 설계 기술, 국산 서버 인프라, 온프레미스 생성형 AI 솔루션까지 품은 ‘입체적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광주광역시(시장 강기정)는 21일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디노티시아, ㈜아이닉스, ㈜쿠오핀 등 3개 기업과 IT 인프라 전문기업인 (㈜케이티엔에프, ㈜명인이노 등 5개 기업과 ‘광주형 인공지능(AI) 비즈니스 업무협약’(275~279번째)’을 체결했다. 이로써 광주에 둥지를 튼 팹리스 기업은 총 9곳으로 늘었다.
이번 협약은 단순히 기업 사무실이 들어섰다는 차원을 넘는다. 협약 기업들이 가진 핵심 기술 역량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기술 지형에서도 의미가 깊다.
㈜디노티시아는 세계 최초로 벡터 연산 가속기(VDPU)를 상용화하고, 이를 탑재한 ‘벡터 데이터베이스’ 솔루션 ‘시홀스(Seahorse)’를 2024년 공개했다. 한국어에 특화된 자체 LLM ‘DNA’, 경량화된 LLM 디바이스 ‘니모스’ 출시도 앞두고 있어 국내 AI 칩·모델 융합 기술을 선도한다. ‘벡터 데이터베이스’란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인 벡터(숫자 나열 형태)로 변환, 빠른 검색과 분석을 돕는 기술(검색, 추천, 챗봇 등에 활용)이다.
㈜아이닉스는 중국 의존도가 높던 CCTV 영상 보안용 반도체 시장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기업이다. 고화질 영상 처리와 AI 기반 객체 인식 기술을 한 칩에 통합했다.
㈜쿠오핀은 초저지연 영상전송 기술을 단일 칩으로 구현해 자율주행 및 국방 분야에 응용한다. 자체 개발 네트워크 프로세서 IP와 실시간 제어 플랫폼까지 갖춘 점은 국내 유일이다.
이들 기업은 광주에 AI 기술 거점을 두고 지역 제조업, 미래차, 국방 등 전략 산업과 연결되는 다차원 기술 융합을 예고했다.
기술의 뿌리는 ‘인프라’에서 자란다
AI 기업이 정착하려면 데이터와 연산이 오가는 고성능 인프라가 필수다. 이번 협약에 포함된 ㈜케이티엔에프와 ㈜명인이노는 이 역할을 맡는다.
㈜케이티엔에프는 서버의 ‘두뇌’인 메인보드까지 자체 설계해 국산 서버의 자존심을 지킨다. AI 전용 서버는 물론 경량 엣지 컴퓨팅 장비까지 자체 생산하고 있다.
㈜명인이노는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도 기업 내부에서 생성형 AI를 운용할 수 있는 온프레미스 솔루션을 구축한다. 대표 제품 ‘엠트루AI’는 보안성과 저작권 이슈를 동시에 잡은 독자 플랫폼이다.
이는 광주 인공지능산업클러스터가 ‘기술은 있지만 서버가 없다’는 지방권 AI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기도 하다.
“기업만 오는 게 아니다, 생태계가 자란다”
광주광역시는 기업 입주에 그치지 않고 AI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인공지능 인프라, 전문인력 양성, 타 산업과 연계한 기술융합 정책 등 다각적 지원이 약속됐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들 기술기업이 광주의 AI 기반 시설과 만날 때 새로운 산업이 태어난다”며 “기술이 지역의 미래가 되도록 전폭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광주를 ‘정부 지원과 산업융합 가능성, 비용경쟁력을 모두 갖춘 AI 중심 도시’로 평가하며 이곳에서 기술력과 시장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發 AI 반도체 생태계, K-테크의 미래를 다시 쓴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단순 생산기지가 아닌 고도화된 기술설계의 본산, 자립형 인프라 생태계, 산업 간 기술융합의 실험장이 광주에서 본격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협약은 ‘지역에 기술이 머무는 시대’의 신호탄이다. 광주는 이제 ‘AI 대표도시’를 넘어 AI 반도체 설계의 수도로 진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