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현관 해남군수 “‘대한민국 농어촌 수도’ 해남군은 기후위기 대응에 단순한 적응을 넘어 선제적, 전략적 전환 정책을 실행하고 있으며, 아열대작물 육성이 그 핵심”
[한국지방정부신문=조용원 기자] 글로벌 기후 위기가 각국 농업에 경고등을 켜는 가운데, 대한민국 최남단 해남은 그 변화에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응답하고 있다.
아열대 기후대에 접어든 남해안 지역 중에서도 해남은 대표적인 국산 아열대작물 재배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나나’가 있다.
해남에서 자라는 국산 바나나...“이국의 열매가 내 아이의 간식으로”
비닐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서면 5~6미터까지 자란 바나나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치 동남아 열대지방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다름 아닌 해남의 바나나 농장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평균기온 상승은 아열대 과수의 국내 재배 가능성을 넓혔다. 해남은 이러한 기후적 특성과 함께 풍부한 일조량, 적당한 강수량, 겨울철 비교적 온화한 기후를 갖춰 아열대작물 재배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바나나는 정식 후 1년이면 수확이 가능하며 2년에 3회까지 수확이 가능해 경제성도 높은 편이다.
2020년부터 본격 출하된 해남산 국산 바나나는 주로 친환경 급식, 프리미엄 마켓, 백화점 등으로 출하되고 있다.
수입산과 달리 충분히 나무에서 숙성한 후 수확되기 때문에 당도와 향이 뛰어나고, 살균처리 등 강한 검역 절차를 거치지 않아 소비자의 신뢰도 높다.
바나나만이 아니다…무화과, 여주, 참다래까지 전남 최대 아열대작물 재배지
해남군은 단일 작물 재배를 넘어 아열대작물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군은 ICT기반 첨단하우스를 농업기술센터 내에 조성하고 여기서 아열대 과수에 대한 실증 실험과 모델 재배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가능한 작물’이 ‘수익작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 있다.
2024년 기준, 해남의 아열대작물 재배 면적은 약 125헥타르로 무화과(23ha)를 중심으로, 참다래, 여주, 부지화 등 다양한 품목이 각 농가에 도입되고 있으며, 이는 전남에서 가장 큰 규모다.
작물의 다양성 확보는 단일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농가 소득 안정화에도 기여한다.
체험형 농업으로 확장… 농장이 관광지가 되다
농업은 더 이상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해남의 바나나 농장은 이제 ‘체험형 농업 관광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 유치원·초등학생 단체 견학 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단순한 견학을 넘어 직접 수확하고 맛보며 아열대 기후에 대한 환경 교육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무농약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는 엣지농장 오영상 대표는 “해남의 따뜻한 기후와 친환경 농법이 바나나 체험 농장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도전했다”며 “앞으로 다양한 아열대 과일을 접목해 복합 체험농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농어촌 수도, 기후위기 앞에서 답을 찾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대한민국 농어촌 수도’ 해남군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단순한 적응을 넘어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전환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며 “아열대작물 육성은 그 핵심으로, 지역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이 같은 노력은 단순히 농업인의 소득을 넘어 국내 식량 자급률 향상, 식문화 다양화, 환경 교육 강화라는 다층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남군은 앞으로도 △신소득작물 실증단지 확대 △청년 농부 유입을 위한 지원 강화 △ICT 기반의 스마트팜 기술 접목 △로컬푸드 유통망 구축 등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형 미래농업 도시’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기후위기는 인간의 삶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해남은 그 위기를 발 빠르게 읽고 변화를 농업의 기회로 전환했다.
이국의 열매 바나나가 국산으로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아이들의 손에 건강 간식으로 들려지는 변화는 결코 작지 않다.
해남의 시도는 우리 농업이 나아갈 방향, 그리고 우리가 마주한 기후위기 시대의 ‘현명한 적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