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호 구례군수 “지방소멸 위기 농촌서 군민 삶의 질 높일 중요한 시도...모든 군민이 자유롭고 품격 있는 삶을 누리는 것이 군정의 최우선 가치”
[한국지방정부신문=정양기, 조용원 기자] 전남 구례군(군수 김순호)이 인구 2만4천 명의 작은 농촌지역이라는 한계를 딛고 ‘기본사회 구현’이라는 거대한 사회정책 실험에 나섰다.
그 첫 시도로 구례군은 2025년부터 전국 최초로 자원봉사자에 대한 ‘지역사회 공헌수당’을 도입해 시행하면서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을 단순한 헌신이 아닌 사회적 기여로 제도화하고 보상함으로써, 공동체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아우르려는 이 정책은 대한민국 복지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구례군은 지난 7월, 2024년 한 해 동안 36시간 이상 자원봉사에 참여한 군민에게 12만 원 상당의 구례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지역사회 공헌수당’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신청은 오는 8월 29일까지 구례군청 주민복지과에서 받으며, 지급된 상품권은 지역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 정책의 핵심은 ‘자원봉사에 대한 사회적 가치 인정’이다. 지금까지 자원봉사는 대부분 무보수로 이뤄졌고 보상보다는 도덕적 동기에 기댄 문화가 강했다.
그러나 구례군은 이 같은 전통적인 틀을 깨고 봉사의 가치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시도하고 있다.
단순한 수당 지급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구성원이 서로를 돌보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에 대해 구체적인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다.
구례군의 이러한 시도는 이재명 대통령이 주창해 온 ‘기본사회’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기본사회’란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생활을 넘어서 자유롭고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을 재구성하자는 철학이다.
구례군은 이러한 비전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하는 전국 첫 사례가 되고 있다.
자원봉사 공헌수당은 이를 상징하는 대표 정책이며, 이후 구례군은 ▲난임 시술비 본인부담금 추가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소득 기준 폐지 ▲어르신 목욕 및 이·미용비 지원 등으로 정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농촌에서 군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시도”라며, “기본사회 구현을 통해 모든 군민이 자유롭고 품격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군정의 최우선 가치를 설정하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대도시나 중대형 기초지방정부가 아닌 인구 2만 명대의 농촌 지역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저출생과 고령화, 청년 유출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는 지방 군 단위에서 과감한 복지 실험을 감행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지역사회 공헌수당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삶의 질’과 ‘공동체 회복’을 핵심 가치로 삼는 구례군의 새로운 행정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확산 가능성도 주목된다. 자원봉사자에 대한 공헌수당 지급이 ‘작지만 실질적인 복지’라는 점에서 타 지자체에 충분한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일률적인 소득기준 복지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기여라는 새로운 가치 척도를 도입한 이 정책은 도농 격차, 복지 사각지대, 지역경제 침체를 한꺼번에 타개할 수 있는 실용적 해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농촌 지역일수록 자원봉사의 중요성이 크고 그에 대한 보상이 지역 공동체 유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구례군이 공헌수당을 ‘상품권’ 형태로 지급하는 점도 정책의 실효성을 높인다. 지역화폐를 통한 수당 지급은 자원봉사자 개인에 대한 보상은 물론,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 증진이라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단순히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닌 순환형 지역경제 시스템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향후 다양한 복지정책의 설계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구례군의 시도는 ‘작지만 단단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대한민국 복지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방소멸 위기를 맞는 시대에 중앙정부의 지원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초지방정부 스스로가 선제적이고 실천적인 복지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본사회’라는 거시적 철학을 가장 미시적인 생활 단위에서부터 풀어내려는 구례군의 정책 실험은 대한민국 복지정책의 중심축을 ‘사람과 공동체’로 옮기고 있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