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학 방법론적 정책 설계와 EU·싱가포르 사례 접목한 나주시의 정책 실험 시도...청년과 함께 그리는 ‘2035 나주 미래상’ 설계, 지방정부 혁신 모델 되나?
- 윤병태 나주시장 “미래 설계하는 청년세대의 생각을 나주 정책에 담아...청년들이 설계하고 나주 미래 청사진 완성하도록 소통하고 정책에 반영”
[한국지방정부신문=정양기, 조용원 기자] 전라남도 나주시(시장 윤병태)가 청년들과 함께 2035년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 대화를 하면서 ‘미래학 방법론’의 설계 방식을 전국 기초지방정부 최초로 도입해 시도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청년 의견 수렴을 넘어 미래학 기반의 정책설계 방식을 적용한 참여형 정책 실험이라는 점에서 기존 지방정부 정책과는 결을 달리한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싱가포르 등 해외 성공 사례를 참조해 구성된 이번 모델은 향후 대한민국 지방 행정 혁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6일 나주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청년과의 미래대화’는 청년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나주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문제 인식, 미래 변화에 따른 기회와 위협 요소 분석, 청년이 바라는 미래상 도출 등 총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그룹 토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아이디어 나열이 아닌 ‘4가지 미래 프레임워크(four futures framework)’를 적용한 워크숍을 함께 실시하여 미래지향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도출되도록 구성됐다.
청년, 수혜자가 아닌 ‘정책 공동 설계자’로
나주시가 시도한 이번 미래대화의 핵심은 청년세대를 단순한 정책 수요자가 아니라,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비전을 그리는 정책 공동 설계자로 위치 지운 데 있다.
토론 과정에서 청년들은 주거, 일자리, 문화, 기후 변화 및 에너지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주만의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특히 인구 유출과 청년 고립, 기후 위기 대응 등 지역이 당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과 비전 중심의 접근이 병행되었다는 점에서 단발성 의견 수렴을 넘어선 새로운 정책 실험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시도는 청년의 상상력과 정책 설계 능력을 제도 안에서 현실화하는 실험으로, 향후 결과물은 나주시 청년정책 기본계획 및 중장기 미래전략에 반영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의 시민 참여형 정책 설계 사례...‘Conference on the Future of Europe’ 거버넌스
나주시의 정책 모델은 유럽연합(EU)의 시민 참여형 미래정책 수립 사례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EU는 ‘Conference on the Future of Europe’이라는 거버넌스를 통해 약 2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과 광범위한 공론장을 마련했다.
이 회의에서는 환경, 경제, 교육, 디지털 전환 등 유럽의 미래에 직결되는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 326개의 정책 과제를 도출했다.
이 중 약 80%에 해당하는 항목이 실제 유럽연합의 정책 기획과 실행에 반영되며 실질적 변화를 이끌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구조화하고 제도적 검토와 결합하는 일련의 과정이 정교하게 설계됐다는 데 있다.
이러한 접근은 시민들의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민주주의적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싱가포르의 미래 대화와 정책 반영...‘Our Singapore Conversation’(OSC)
또 다른 참고 사례로는 싱가포르 정부의 ‘Our Singapore Conversation’(OSC)을 들 수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이 대화 프로젝트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향후 싱가포르의 미래를 주제로 자유로운 의견을 수렴하는 전국 단위 공론장이었다.
총 4만여 명이 참여한 이 대화를 통해 수천 건의 의견이 모였고, 이 중 국민의 의료 접근성과 주거 안정성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책에 적극 반영되었다.
이후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 건강보험 제도인 ‘MediShield Life’를 도입하고 공공주택 정책을 대대적으로 보완했다.
이처럼 미래 대화가 단지 시민 참여의 수단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 전환의 기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와 정책 신뢰성을 이끌어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나주시의 시도가 갖는 확장성...청년세대의 정책 파트너 참여방식의 선도적 사례
나주시의 이번 정책 실험은 규모나 예산, 행정 역량 면에서 중앙정부나 광역지방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는 기초지방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청년세대를 정책 파트너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도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시도가 단순한 행정 참여가 아닌, 미래학적 사고 훈련과 워크숍을 접목한 ‘정책 인큐베이팅’으로 진화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기존의 토론회나 공청회 중심의 시민 참여 방식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타 지방정부로 확산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특히 지방소멸 위기, 청년 유출, 에너지 전환 등 구조적 도전에 직면한 지방정부들이 보다 지속가능한 정책 수립 방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청년참여 기반의 미래 전략 설계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정책 거버넌스를 지방과 연계하여 확장할 경우, 전국 단위의 미래 전략 네트워크로 발전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청년이 주도하는 정책, 지방을 살릴 열쇠”
윤병태 나주시장은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 같은 대변화 속에서 미래를 가장 가까이 체감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나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청년이 설계하고 바라는 나주의 미래 청사진을 함께 완성해가겠다”고 밝혔다.
나주시는 향후 이번 대화에서 도출된 다양한 의견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청년 맞춤형 정책 수립에 반영할 예정이며, 정기적인 ‘미래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인 의견 수렴과 피드백 루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나주시의 정책 실험은 한국 지방정부가 어떻게 미래학적 사고와 참여형 거버넌스를 결합해 새로운 정책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선진 정책모델을 참조하되 지역적 특성과 청년세대의 문제의식을 효과적으로 결합함으로써 기초지방정부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타 지방정부로 확산되어 지방의 미래를 지방이 직접 설계하는 진정한 자치 분권 모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