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병은 더 이상 ‘가족의 몫’이 아니다...경기도의 실험이 보여준 제도화의 필요성
- 간병비·주거·365일 간병체계·간병인 처우 개선...현실적 해법 제안
[한국지방정부신문=김미숙 기자] 경기도(도지사 김동연)의 ‘간병 SOS 프로젝트’와 ‘국가간병책임제’ 4대 전략 제시는 단순한 복지사업을 넘는 정치·사회적 신호다.
고령화와 가족구조 변동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누가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질 준비를 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경기도의 시범은 그 시험대의 시작점이며, 향후 중앙정부·지방정부·전문가·시민사회가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돌봄체계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경기도는 전국 광역 지방정부로는 처음으로 공적 간병지원 사업인 ‘간병 SOS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간병을 개인·가족의 사적인 부담에서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공적 문제로 전환하려는 실질적 행보를 보여줬다.
이 사업은 병원에 입원한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고령 환자에게 연간 최대 120만 원의 간병비를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사업 개시(2월) 이후 8월까지 약 700여 명이 혜택을 받아 간병비 부담 완화에 기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의 접근은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서 ‘회복을 돕는 지원’, ‘가족의 일상 복귀’, ‘간병인의 일자리 질 확보’ 등 다층적 목표를 함께 추구한다.
이는 단기적 현금성 지원뿐 아니라 주거·돌봄 인프라 확충, 연중 가동 가능한 돌봄체계 확립, 간병 노동의 제도적 보호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설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도화로 향하는 첫걸음...경기도 ‘간병 SOS 프로젝트’, 한국 복지체계 전환의 연장선
경기도가 이번 제안을 ‘국가간병책임제’라는 이름으로 제시한 것은 한국 복지정책의 누적된 성과 위에 새로운 돌봄 공공성 확장을 시도하는 것이다.
과거 한국의 복지체계 전개를 보면 김대중 정부 시기(1998–2003)에 국민건강보험의 통합 체계가 정비되며 사회보험 기반이 확립되었고(전국 단위 건강보험 통합은 2000년 시행),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제정·시행(법 제정 2007년, 제도 시행 2008년 7월)하며 장기요양에 대한 국가 역할을 제도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 등 특정 위험군에 대한 국가 개입을 확대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경기도의 제안은 ‘간병’ 영역을 그 다음 전환지대로서 국가 책임의 범주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정책사적 관점에서 볼 때, ‘사회보험 → 장기요양보험 → 치매국가책임제’로 이어진 복지 확대의 연쇄가 있었다면, 간병의 제도화는 고령화와 가족구조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다음 단계다.
경기도는 지역 차원에서의 시범적 확장과 국회 토론을 통해 중앙정책으로의 흡수를 모색하는 정치·행정적 경로를 열어 보이고 있다.
포괄적·상호보완적 4대 전략 제안, 실질적 성과 위한 과제
경기도가 제안한 4대 전략(①간병비의 국민건강보험·의료급여화 등 지원 확대, ②간병 취약층을 위한 주거 인프라(노인주택 100만 호) 구축, ③2028년까지 주야간 보호시설 1천 개소 확충으로 365일 주야간 간병시스템 도입, ④간병인 처우 개선)은 개념적으로는 포괄적·상호보완적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재명 정부에서는 국가간병책임제에 대해서 분명한 의지로 나갈 것이라고 믿고 있고, 그렇게 하는 데 있어서 경기도가 앞장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제도 설계(급여 범위·대상·재원), 공급 측면(간병인 양성·근로환경 개선), 수요자 접근성(신청·이용 절차의 간소화), 지역별 인프라 격차 해소가 병행되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및 학술 연구는 간병서비스의 공적 확대가 가족 돌봄 부담을 경감시키고 노동시장 참여(특히 여성)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전문 간병 노동의 ‘직업화·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질적 문제와 탈·이직률이 높아질 위험이 있다는 점을 경기도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관련 국제 연구는 간병 노동의 전문화와 교육·평가·처우 개선이 서비스 질·안정성 제고로 직결된다고 보고한다.
국민적 공감과 정치적 동력 위한 토론회 개최...'제도화' 정치적 기반 다져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가간병책임제의 실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박주민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1명과 공동으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제도화를 위한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쟁점으로는 재원 마련 방식, 간병인력 확충 방안(외국인 인력 도입 논의 포함), 주거·시설 공급의 우선순위 등이 있었다.
한편 여론 조사와 현장조사 결과는 국민 대다수가 간병비 부담 경감과 간병의 공적 지원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나며, 이는 제도화 추진에 있어 사회적 정당성을 제공한다.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지역정부(경기도)의 선제적 시범사업은 중앙정부 정책의 시범적 근거로서 기능할 수 있다.
지방에서의 성과와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앙 차원의 법·예산 논의를 촉진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고령화가 빠른 지역에서 표준화된 모델을 제시하는 데 유리하다.
‘간병 SOS 프로젝트’의 초기 수혜자 사례는 간병이 단순한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가족의 생계·정서·사회적 안전망과 직결된 문제임을 부각했다.
경기도는 사업을 통해 간병비 부담으로 돌봄을 포기하던 일부 가구의 선택을 바꿨고, 이는 환자 회복과 가족의 일상 복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적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현장 보고의 결론이다. 이런 변화는 통계(지원 건수·수혜자 수 등) 이상의 ‘삶의 질’ 차원 영향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