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공동연구·1,320명 참여로 완성된 ‘경상북도 미래비전 2045’
- 주민·학생·전문가가 함께 그린 ‘참여형 마스터플랜’
[한국지방정부신문=이상금 기자] 경상북도(도지사 이철우)의 ‘미래비전 2045’가 방향 설정(가치 선포)과 설계(참여형 연구), 시각화(영상·그린북 제작)를 통해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라는 질문을 정책의 앞자리에 놓았다.
경상북도는 2045년을 목표로 수립한 ‘경상북도 미래비전 2045’는 단순한 비전선언을 넘어 전국 지방정부 차원에서 처음 시도하는 가치(Values)를 출발점으로 한 장기 마스터플랜이다.
오늘 선포된 비전은 ‘장기적 약속’의 출발선이며, 앞으로의 관건은 그 약속을 얼마나 견고하게 제도화하고 실행으로 옮기느냐에 달려 있다.
이 마스터플랜은 2022년부터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과 경북연구원(GDI)이 3년에 걸쳐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완성되었고, 전문가뿐 아니라 도민·학생을 포함한 총 1,320여 명의 참여를 바탕으로 도출되었다.
이러한 참여적·가치중심 접근은 정책 우선순위와 사업 설계에서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를 먼저 묻는 구성으로, 정책의 일관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경북의 기초 진단은 명확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안으로 나타난 지역 제조업의 위축, 농어업 개방 압력,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 그리고 신기후체제에 따른 환경규제 강화 등 복합적 도전이 동시에 존재한다.
통계와 최근 산업지표는 이러한 진단을 뒷받침한다. 통계청의 예비 집계에 따르면 2024년 출생·합계출산율 관련 변화는 주목되지만, 장기적 인구구조 문제는 여전히 정책적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제조업 분야의 고용·수주 지표 둔화는 지역경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어, 기술혁신과 지역산업의 재설계가 시급함을 시사한다.
경북의 비전은 이 같은 도전들을 ‘가치·기술·공간’의 3대 혁명으로 구조화해, 9대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한다.
이 플랜의 또 다른 차별점은 설계과정 자체다. 계획 수립은 3단계의 도민 참여 워크숍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1차에서는 경북 내 22개 시·군을 대표하는 52명의 도민이 ‘현재와 미래’에 관해 분임토의와 전체토의를 통해 3대 핵심가치(다양성·전통성·유연성)의 의미를 논의했고, 2차에서는 경북과학고 학생들이 참여해 기성세대의 시각과 대비되는 미래상(공간·경제·사회 분야)을 제시했다.
마지막 3차는 전국의 고등학생 327명이 참가한 미래 진로 캠프로, 학생들이 만든 ‘미래 이미지’를 인공지능으로 통합·발전시켜 시각적 청사진으로 재구성했다.
이처럼 다세대·다계층 참여를 설계 과정에 넣은 것은 단순 공청회를 넘어 ‘공동 창작’에 가깝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전 산출물은 미래세대 그린북과 미래기술 시나리오 영상 등 형태로 도민과 공유되어 향후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을 맡게 된다.
경북은 장기전략의 설계모델로 미국 시카고 광역권의 장기종합계획 ‘GO TO 2040’을 벤치마킹했다.
GO TO 2040은 지역 수준에서 ‘지방 자율성과 광역 협력의 균형’을 목표로 다층적 투자 우선순위와 주민참여를 결합해 장기간 정책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평가받았다.
경북의 선택은 ‘지역 맥락에 맞춘 장기전략·참여형 의사결정·인프라 및 정책 패키지의 병행’을 지향하는 국제적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경북의 ‘가치 기반’ 접근은 지방정부가 단순히 중앙정책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중장기 전략을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모델은 지방별로 특화된 가치(전통문화 보전, 지역생태, 산업특성)를 우선에 놓고 기술·공간 전략을 엮는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특히, 경북이 제안한 9대 플래그십(신기술 신산업 육성, 세대 상생형 공동체, 신공항 연계 공간재편 등)은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포용과 지속가능성 목표를 연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른 지방정부로의 확산을 위해선 지역별 현실(인구구성, 산업구조, 재정능력)에 맞춘 맞춤형 지침과 중앙-지방 협력 메커니즘이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