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의 가계(家系)에서 가문(家門)으로, 가문에서 지역으로 확장된 조리 지식의 연속성이 세계적 기록보존 무대에 공식 소개

- 한문과 한글, 남성과 여성의 기록이 함께 말해주는 조선 16~17세기 북부 경북의 음식·사회·지식 체계

두 조리서에는 증류주 1종, 발효주 5종, 그리고 특정 음식 조리법이 중복되지 않게 수록되어 있다는 경북도의 분석은, 이들 지식이 ‘특정 계보(家系)를 통한 전승’이었음을 입증하는 단서로 제시된다.  (사진=이상금 기자/경북도청)
두 조리서에는 증류주 1종, 발효주 5종, 그리고 특정 음식 조리법이 중복되지 않게 수록되어 있다는 경북도의 분석은, 이들 지식이 ‘특정 계보(家系)를 통한 전승’이었음을 입증하는 단서로 제시된다.  (사진=이상금 기자/경북도청)

[한국지방정부신문=이상금 기자] 조선 시대 안동·영양 지역에서 전승된 두 권의 고조리서, ‘수운잡방(需雲雜方)’과 ‘음식디미방’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MOWCAP)의 국내 등재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문화재 등재 절차의 진전이 아니다.

이 결정은 지역사(地域史)·음식사(食文化史)·지식사(知識傳承史)가 문서로 결집된 사례가 국가 차원에서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지점까지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번 후보 선정이 “전통음식을 계승·발전시키고 지역 특유의 음식 브랜드로 육성해 식품·콘텐츠 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며, 문화유산의 관광자원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을 강조했다.

이 발언은 지방정부가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전략적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의 아·태기록유산 국내후보 선정 소식은 경북이 보유한 기록유산의 가치를 다시 한번 국제무대에서 확인받을 기회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후보 선정은 단지 두 권의 고서가 가지는 희소성 때문만이 아니라, 문서가 보여주는 지식 전승의 구조, 남녀·세대 간 협업의 흔적, 지방사(地方史)가 포괄하는 문화적 복합성이 국제적 기준에서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번 후보 선정이 “전통음식을 계승·발전시키고 지역 특유의 음식 브랜드로 육성해 식품·콘텐츠 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며, 문화유산의 관광자원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을 강조했다.  (사진=이상금 기자/경북도청)

앞으로 등재를 둘러싼 학술적 검토·디지털 복제·보존 정책·지역 연계 활용 계획이 어떻게 조화롭게 진행되는지가 등재의 의미를 현실적 이익으로 연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해당 후보 선정은 경상북도가 국가유산청·안동시·한국국학진흥원과 협력해 제출 절차를 준비 중이라는 경북도의 발표에 따른 것이다. 

‘수운잡방’은 김유(1491~1555)와 그의 손자 김령(1577~1641)이 저술·편찬한 한문 필사본으로, 조리법과 술 빚는 방법 등 122개 항목을 담아 조선 중기 양반가의 조리 및 주조 지식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이 책은 2021년 ‘보물’로 지정되어 국가적 보존 가치가 공식 확인된 바 있다. 이는 민간 가문에서 활용된 조리서가 공적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보존·연구 대상으로 전환된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음식디미방’은 장계향(1598~1680)이라는 여성 필자가 후손에게 전하기 위해 한글로 정리한 조리서로 알려져 있으며, 현존하는 한글 조리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례로 평가된다.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의 아·태기록유산 국내후보 선정 소식은 경북이 보유한 기록유산의 가치를 다시 한번 국제무대에서 확인받을 기회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진=이상금 기자/경북도청)

책은 146개 항목을 네 영역(면병류·어육류·주국방문·식초 등)으로 나누어 상세히 다루며, 면·어육·주류·초(醋) 등 일상적이면서 전문적인 조리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조선 후기 반가(班家) 음식문화 연구의 핵심 자료로 꼽힌다.

학계에서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의 가정·교육·식문화 전승 역할과, 한글을 통한 실용지식의 기록·보급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본다. 

음식디미방의 학술적·문화사적 가치에 대해 관련 전문가는 “아시아에서 여성이 쓴 가장 오래된 조리서로서, 세계 음식문화사 측면에서 특별한 의의를 가진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 같은 전문가 평가는 단순히 ‘희귀성’에 기반한 가치 판단을 넘어서, 문헌에 보존된 조리기술과 사회적 맥락을 통해 당시의 식재료 사용·조리법·가족문화·성 역할 분업 등을 복원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조리서에는 증류주 1종, 발효주 5종, 그리고 특정 음식 조리법이 중복되지 않게 수록되어 있다는 경북도의 분석은, 이들 지식이 ‘특정 계보(家系)를 통한 전승’이었음을 입증하는 단서로 제시된다.

앞으로 등재를 둘러싼 학술적 검토·디지털 복제·보존 정책·지역 연계 활용 계획이 어떻게 조화롭게 진행되는지가 등재의 의미를 현실적 이익으로 연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사진=이상금 기자/경북도청)

즉, 음식 기술은 단순한 레시피의 나열이 아니라 가문의 전승 시스템, 남녀의 상호 보완적 역할, 공동체 내 기록·전달 방식이 결합된 복합적 지식체였다.

이러한 관점은 음식사를 단순한 취사·영양 차원뿐 아니라 사회구조·교육·의례·경제 활동과 연결된 총체적 문화로 읽어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학술 논의에서도 16~17세기 안동 문화권에서 쓰인 조리서는 당시 성리학적 문화가 음식·주례·공적 생활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되어 왔다. 

이 같은 기록문화의 가치는 단순한 ‘맛의 복원’이나 관광 상품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문헌이 품고 있는 기술·언어·분류 체계는 식품문화 연구자, 언어학자, 보존학자, 문화정책 입안자들에게 다양한 융복합 연구의 출발점을 제공한다.

한편, 유네스코 아·태기록유산 등재 절차는 regional MOWCAP(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의 등재소위원회 심의 및 총회의 승인 과정을 거치며, 관련 위원회의 권고·승인이 최종 등재를 결정한다.

경북도는 관계기관과 협력해 등재소위원회 신청서 사전심사에 대비하고 있으며, 최종 등재 여부는 내년 MOWCAP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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