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7년 실험적 ‘천일제염시험장’의 존재를 학술로 확인하고, 다큐로 대중에게 열다

- 십정동의 ‘자염(煮鹽) 전통’에서 1970년대 주안공단 개발로 사라진 염전의 흔적까지, 지역 기억을 잇는 기록사업의 현재

인천 부평역사박물관이 유튜브 채널 ‘부평역사박물관TV’에 공개한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지역 홍보물을 넘어, 우리나라 근대 천일염(자연증발 소금) 도입의 의미를 다시 확인시키는 작업이다. (자료=부평구청)

[한국지방정부신문=김미숙 기자] 인천 부평역사박물관이 유튜브 채널 ‘부평역사박물관TV’에 공개한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지역 홍보물을 넘어, 우리나라 근대 천일염(자연증발 소금) 도입의 의미를 다시 확인시키는 작업이다.

박물관은 십정동 일대에서 조선 말기부터 전승된 전통 제염 방식인 자염(煮鹽)이 성행했고, 1907년 ‘천일제염시험장’이 조성되었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학술총서(『한국 최초의 천일염전, 부평 천일제염시험장』, 2024년 12월 발간)를 펴냈으며, 이번 다큐는 그 연구 성과를 시민들이 친근하게 접하도록 구성했다.

부평역사박물관의 다큐 공개는 ‘지역의 작은 사실’이 어떻게 더 넓은 역사 담론과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박물관의 학술조사와 출간, 그리고 대중 매체를 통한 재생산은, 사라진 염전의 흔적을 기록으로 보존하고 시민 기억을 복원하는 한편 향후 교육·문화적 자원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연다.

당장의 감상 포인트는 ‘익숙하지 않은 지역사’의 발견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20세기 초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산업기술(천일제염)이 어떻게 도입·확산되었는지에 관한 더 큰 서사가 자리한다. 박물관 자료와 다큐는 그 서사를 시민의 일상 속으로 가져오는 통로가 될 것이다.

역사적 사실의 재배치...지방 기록이 '한국 근대 염업사의 출발점' 다시 읽게 한다

이번 영상은 학술총서의 내용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풀어낸다. 첫 부분 ‘부평 천일제염시험장과 주안염전’은 1907년 9월 시험장이 조성된 사실과 그것이 인근의 주안염전으로 이어진 과정을 정리한다.

두 번째 ‘염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당시를 기억하는 주민들의 구술 증언을 통해 현장의 일상과 노동 풍경을 되살린다.

세 번째 ‘부평 천일제염시험장의 현재’는 1970년대 주안공단 조성 이후 염전이 사라진 도시 공간의 변화를 추적한다.

박물관은 다큐 공개 목적을 “많은 시민이 천일제염시험장의 역사와 가치를 인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1907년 전후 ‘시험장’, 한국 천일염 보급의 출발선이었다

지역 박물관의 기록은 더 큰 학술적 맥락과 연결된다. 근대 염업 연구에 따르면 1907년은 인천·부천 계열 지역(주안 등)에 시험적 천일염전이 설치되기 시작한 해로, 이후 일제 강점기 동안 정부 주도의 천일염전 확장과 운영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검토되어 왔다.

관련 학술 자료는 1907년 주안 지역의 실험적 염전 조성을 출발점으로 지목하며, 이후 관영 염전의 확대가 한국 염업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학계 연구는 부평역사박물관의 지역 조사 결과가 단순한 ‘지역주의적 주장’이 아니라, 근대 염업사의 중요한 위치를 입증하는 증거들과 맥을 같이한다는 신뢰도를 제공한다. 

사라진 산업유산, 공적 기억으로 전환하는 작업의 가치

이번 다큐와 학술총서 공개는 사라진 산업경관(염전)을 단순한 향수의 대상이 아니라 도시화와 산업화의 역사적 산물로 복원하려는 시도다.

부평역사박물관은 이미 학술총서를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공개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큐를 제작·공개함으로써 학술성과의 공공 환류(public outreach)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 관점에서 보면, 지역사 연구가 ‘현장 기반의 학술조사 → 결과물(총서) → 대중적 전파(다큐)’로 이어지는 모델은 지역 기억을 교육자료·문화콘텐츠로 전환하는 모범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기록은 향후 도시재생, 문화유산 등록,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다방면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지역 정체성과 역사교육 측면에서 실질적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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