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락시장 정수탑 ‘비의 장막’, 권위 있는 iF·레드닷 수상과 국토대전 국토교통부장관상으로 국내외 디자인 무대 동시 석권
- 시민 참여·친환경 소재·도시농림 협력이라는 삼중 축으로 완성된 공공미술, 지역 재생과 문화자원화의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아
[한국지방정부신문=김기문 기자] 서울특별시(시장 오세훈)가 단기간의 전시 홍보가 아닌 ‘공공미술을 통한 장소 재생’으로, 디자인 전문 심사위원과 대중 양쪽 모두에게 실질적 설득력을 가졌음을 증명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가락시장 정수탑을 중심으로 추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올해 독일의 권위 있는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Best of the Best’에 잇달아 선정된 데 이어, 국내의 대표적 국토경관 공모전인 ‘2025 대한민국 국토대전’ 공공디자인 부문에서 국토교통부장관상까지 수상하며 국내외 디자인·공공디자인 무대를 동시에 석권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상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번 사례는 지방의 ‘사라진 자원(유휴 인프라)’을 어떻게 예술과 디자인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시민의 생활공간으로 환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용적 레퍼런스다.
국제무대의 인정은 곧 서울의 공공미술이 국내 정책을 넘어 도시 디자인과 문화자원 경쟁력에서 벤치마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향후 다른 도시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유휴 인프라를 문화자원으로 전환하는 데 실무적·정책적 참고자료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낡은 구조물을 '도시 자산으로 바꾼 예술적·기술적 결합'의 서사
사업의 핵심 작품인 네드 칸(Ned Kahn)의 《비의 장막(Rain Veil)》은 32m 높이의 콘크리트 정수탑 외벽을 100개의 선으로 연결하고 약 33만여 개의 친환경 바이오 소재 조각을 달아 바람과 햇빛에 반응하는 표면을 구현했다.
낮에는 햇빛에 반짝이는 파동을, 밤에는 조명과 어우러진 장관을 만들며 ‘움직이는 조각’으로서 장소의 정체성을 새로이 규정한다는 점에서 설치미술과 환경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현 방식으로 평가된다.
또한 정수탑 주변 약 7,000㎡의 가로정원과 거울 연못, 시민 제작 내부작품 《바다의 시간》 등은 예술적 장치와 휴식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방문-체류-재방문’의 도시 동선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물리적·감성적 변환 과정은 프로젝트의 설계·제작·운영 단계에서 전문 예술가와 시민, 지방정부·공사 간 협업이 얼마나 촘촘히 작동했는지를 보여준다.
시민 반응과 전문가 시각...'실증적 만족'이 곧 정책의 타당성
서울시 발표와 현장 조사에 따르면 정수탑 일대는 공사 완료 후 지역 주민의 대다수가 만족을 표시했고, 축제·문화행사 연계로 지역 상권과 공동체 활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공미술이 단순한 ‘보기 좋은 장식’을 넘어서 주민 체감의 삶의 질 개선과 장소 자산화로 이어졌다는 점은 중요한 실증적 성과다.
한편 이번 수상은 개별 작품의 미적 완성도와 더불어 ‘지속가능성·참여성·지역성’이라는 평가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 전문 심사위원단의 판단과도 일치한다.
'디자인 수상'은 시작, '도시적 지속성 확보'가 다음 단계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은 각각 반세기 이상 세계 디자인계에서 전문성과 영향력을 인정받아온 국제상으로, 이들 어워드의 수상은 작품의 국제적 가시성과 디자인 스탠더드를 보증해준다.
이러한 국제적 인정은 서울시의 공공미술 정책이 단순한 지역 브랜딩을 넘어 글로벌 디자인 기준에서 경쟁력을 갖추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서울시는 본 프로젝트의 성과를 바탕으로 노을공원·선유도공원 등 다른 권역에서도 공공미술을 확장하고 체계화된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시민 가까이의 예술’이라는 비전의 연속성을 약속했다.
정책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운영·보수 예산의 장기적 확보, 시민참여 유지·확대, 그리고 지역 상생 프로그램의 제도화가 향후 핵심 과제로 남는다.
서울시 디자인정책 관계자는 이번 3관왕 수상이 “지난 15년간 일관되게 추진해 온 공공미술 정책의 결실”이며 “시민·예술가·행정의 협업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네드 칸은 자연현상과 과학을 결합한 작업의 맥락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물의 물성을 일상 공간에 되살린 사례’라고 스스로 평가한 바 있어, 작가적 관점과 행정적 기획이 조화롭게 맞닿은 사례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