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제련소가 남긴 오염을 습지로 바꾼다, 60만㎡·685억 원 규모 ‘장항 국가습지 복원’으로 생태·관광·경제 선순환 설계
- 블루카본·해양바이오·어촌재생을 한 축으로...서천을 탄소중립과 해양경제의 복합 거점으로 육성
[한국지방정부신문=김미숙 기자] 충남도{도지사 김태흠)가 옛 장항제련소 주변 60만㎡에 걸쳐 진행되는 ‘장항 국가습지 복원’ 사업을 통해 장기간 지역 주민과 환경에 남겨진 중금속 오염의 역사적 상처를 생태적 가치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장항 국가습지 복원은 단일 환경사업을 넘어 지역의 역사·경제·기후 정책을 한데 묶는 ‘복합 재생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이 있다.
이번 사업은 국비 685억 원을 투입해 2029년까지 생태습지·생태숲·습지 전망시설과 탐방로 등을 조성하는 대형 복원 프로젝트로, 2023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이후 지난해 환경부가 실시설계에 착수했으며 충남도와 서천군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설계와 실행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일정과 예산 배치는 사업을 단순한 환경정비가 아닌 지역 재생의 전략적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복원 사업은 단순히 오염토를 덮거나 제거하는 것을 넘어 설계 단계부터 생태계 복원, 시민 접근성, 장기적 관리·운영을 고려한 통합 설계로 추진되고 있다.
충남도와 서천군은 작년부터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해 기본계획과 실시설계 단계에서 기술적·운영적 조언을 받고 있으며, 이는 복원 후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안전한 이용을 담보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동시에 이날 김태흠 도지사 방문 일정에 맞춰 문을 연 해양바이오 산업화지원센터 등 실물 인프라가 확보되면서 지역 산업 육성과 생태복원이 병행되는 ‘복합적 성장 모델’이 마련되고 있다.
센터는 연구·시제품 제작·장비 지원 등 해양바이오 기업의 전(全)주기 지원을 목표로 하며, 서천을 해양바이오 클러스터의 거점으로 키우는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충남도가 장항 복원과 병행해 추진하는 블루카본 실증지원센터 건립(2028년 완공 목표)은 복원사업의 기후적 의미를 확대한다.
‘블루카본’은 갯벌·염생식물·해조류·잘피 등 연안 생태계가 흡수·저장하는 탄소를 통칭하며, 이들 생태계는 단위면적당 탄소 저장력과 장기 보존 가능성에서 기후대응의 중요한 자연기반해법으로 평가된다.
국제기구와 과학계는 해안습지·갯벌·해조류가 육상 숲과 구별되는 높은 토양 탄소 저장능력을 지녔다고 보고하며, 이에 따라 복원·보전은 온실가스 감축·저장(네거티브 배출) 전략과 결합할 수 있다.
장항 복원과 블루카본 연구가 연계될 경우 지역 생태복원은 기후정책의 실증무대가 되며, 이는 지역 브랜드화와 신산업 창출로도 연결될 여지가 크다.
복원 사업의 ‘실효성’과 ‘안전성’을 두고 전문가들은 기대와 함께 현실적 조건들을 지적한다. 토양과 수체에 남아 있는 중금속 오염을 장기간에 걸쳐 안정화·저감시키기 위해서는 식물기반의 정화(phyto-remediation)·습지 기능의 복원, 침식 및 유출 통제, 지속적 모니터링과 지역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항제련소 일대는 역사적으로 비소·카드뮴 등 중금속 문제로 지역사회가 피해를 겪었고, 정부 차원의 정화·복원 계획과 토지 매입 등이 과거부터 진행되어 왔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미 진행 중인 토양정화와 생태복원이 현저한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대규모 복원사업의 장기적 성공을 위해선 과학적·행정적 지속성, 투명한 정보공유, 주민 참여 확대가 필수라고 강조해 왔다.
이는 기술적 성공뿐 아니라 지역 신뢰 회복과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충남도가 제시한 장항 프로젝트는 한편으로는 ‘폐산업지의 전환’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물 인프라(해양바이오센터 등), 지역경제(특화시장 재건축·어촌신활력 사업), 기후대응(블루카본 센터)과 엮이는 구조적 설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홍원항·장항항 어촌신활력 증진 사업에는 총 6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어 수산 콤플렉스·청년 주거·가공·유통시설·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어촌경제의 산업적 기초를 보강하려는 계획도 병행된다.
이들 사업이 예정대로 가시적 성과를 낼 경우, 서천은 ‘광역 생태 거점’이자 ‘해양·수산·바이오가 결합된 해양경제의 복합 허브’로서 지역 위상을 바꿀 잠재력을 가진다.
충남도와 서천군이 약속한 일정과 예산을 성실히 집행하고, 과학적 검증과 주민 참여를 통해 복원의 효과를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이 사업은 국내에서 ‘브라운필드(폐산업지) 복원의 모범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