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80주년·윤동주 서거 80주년을 기념한 현장성 높은 기념행사
- 젊은 층의 ‘텍스트힙’ 흐름과 공공 독서정책이 만난 순간
[한국지방정부신문=김미숙 기자] 서울특별시(시장 오세훈)가 ‘광장’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시민들이 문학을 매개로 연대하는 장면을 대중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정책적 상징을 이뤄냈다.
서울시는 27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계 최대 독서릴레이(Most people in a reading relay)’ 도전에서 오후 6시 34분(행사 시작 후 10시간 12분)에 3,532번째 참가자의 낭독을 끝으로 현장에서 성공을 선언했다.
이 숫자는 2015년 인도 구자라트에서 기록된 3,071명을 넘어선 것으로, 서울시는 이로써 대한민국이 해당 기네스 세계 기록 도전의 기록 보유국이 되었다고 알렸다.
행사 주최 측(서울야외도서관·서울시)은 당초 목표 인원 3,180명을 제시했으나 현장에는 예상보다 많은 시민이 모여 최종 3,532명이 참가했다.
이 같은 대규모 시민 동원은 기념적 의미(광복 80주년·윤동주 서거 80주년)와 더불어 ‘공공 프로그램’이 대중의 감정과 관심을 모은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6개월 아기부터 70~80대 어르신까지’ 전 연령층 아우르다
행사는 오전 8시 오은영 서울명예시장의 축사와 윤동주의 시 「자화상」 낭독으로 시작되었고, 오전 8시 22분 남궁인 서울명예시장 등이 차례로 도전 선언과 낭독 첫 주자를 맡아 분위기를 띄웠다.
이후 방송인 다니엘 린덴만, 이정민 전 KBS 아나운서 등 홍보대사들이 차례로 낭독에 참여했으며, 마지막(3,532번째) 낭독은 윤동주가 유학했던 릿쿄대(일본)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연세대 이향진 교수가 맡아 행사의 상징성을 더했다.
참가자 구성은 ‘6개월 아기부터 70~80대 어르신까지’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형태였고,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윤동주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문장 하나씩을 이어 낭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현장 등록 외에 사전 모집(온라인)도 병행했고, 일부 초등학생 참가자는 혼자 낭독을 마치고 본인 이름으로 참여 인증서를 받는 등 현장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다.
‘공공 독서문화 정책’ 가시적 성과, '젊은 층 독서 참여' 견인
문화정책적·사회문화적 해석을 통한 왜 이 기록이 ‘의미’ 있는가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행사는 단순 기록 경신을 넘어 ‘공공 독서문화 정책’의 가시적 성과로 읽힌다.
서울시 문화본부장 김태희는 이번 성공을 서울야외도서관과 ‘도서관은 쿨하다’ 캠페인 등 그간의 독서문화 활성화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발언은 주최 측의 정책적 연속성 해석을 보여준다.
둘째, ‘텍스트힙(Text-hip)’ 등 젊은 층의 독서경향은 최근 여러 조사와 분석에서도 확인되는 흐름이다.
대중문화평론가·문화연구자들의 분석은 “SNS 기반의 독서 공유 문화·유명인 추천·롱폼 텍스트에 대한 재평가”가 젊은 층의 독서 참여를 견인했다고 진단한다.
예컨대 국내 언론과 출판 분석에서는 20·30대의 오프라인 도서전·독서 모임 참여가 두드러진다는 통계·해석이 보고되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대회에 20·30대의 높은 참여가 관찰된 것은 광장의 행사가 기존 독서 트렌드와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장성 있는 문화행사’, 장기적 독서문화 복원 이어지기 위한 정책적 연속성 요구
‘기네스 공식 등재’와 관련해서는 기술적·행정적 절차가 남아 있다. Guinness World Records는 보통 현장 즉시 판정(adjudicator 초빙 여부에 따라 달라짐) 또는 사후 제출된 증거(영상·스튜어드·증인 진술 등)를 검토한 뒤 공식 등재 여부를 확정한다.
Guinness의 자체 안내에 따르면 문서·영상·증언 제출 후 검토에는 최대 수주에서 수십 주(최대 12주)까지 소요될 수 있으므로, 서울시의 ‘성공 선언’은 현장 집계 기준의 선언으로 이해하되, Guinness의 공식 인증 절차가 완료되는 시점이 최종 등재 시점이 된다.
기념적 성공 선언이 이뤄진 지금, 최종적으로 남은 과제는 (1) 주최 측의 통계 정정·투명한 공개(연령별 정확 분포 등), (2) Guinness에 제출할 증거의 체계적 정리와 공식 인증 획득, (3) 이 순간을 지속 가능한 독서 활성화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한 후속 프로그램 운영이다.
관련 통계와 전문가 분석은 이러한 ‘현장성 있는 문화행사’가 장기적 독서문화 복원으로 이어지려면 정책적 연속성과 데이터의 정확성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