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정부신문=정양기, 조용원 기자] 전라남도교육청(교육감 김대중)이 전국적인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내놓은 해법은 의외로 ‘작은학교’였다.

학생 수 60명 이하의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를 혁신의 무대로 삼아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고, 특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이 추진하는 ‘작은학교 특성화교육 모델’은 단순한 학교 살리기를 넘어, 미래세대를 위한 지역 교육 비전과 교육철학이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작은학교를 미래학교로…전남교육의 생존에서 성장으로

전남에는 22개 시·군 곳곳에 학생 수 60명 이하 작은학교가 밀집해 있다. 교육 여건이 취약하다는 우려와 함께 언제든 폐교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전남교육청은 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작은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잠재력에 맞춘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지난 2021년부터 작은학교를 ‘미래학교’로 육성하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김대중 교육감은 “작은학교는 학생 중심의 미래교육을 실현할 최적의 공간”이라며,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개인별 맞춤학습이 가능한 미래학교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은학교가 전남 교육의 미래다”며 “전남형 글로컬작은학교의 경쟁력을 키우고 60명 이하 학생의 작은학교를 개인별 맞춤학습이 가능한 ‘미래학교’ 모델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교육감은 작은학교의 교육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역 맞춤 특색 프로그램 운영 지원 △전남형 작은학교 특성화 모델개발 및 중장기 지원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농어촌 문화예술교육 운영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형별 특성화 모델…현장에서 꽃피운 교육혁신 사례, 전국이 주목

전남형 작은학교 특성화교육 모델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 원도심형의 대표주자는 목포 서산초다.

불과 3년 전 학생 12명의 소규모 학교였지만, 해양특성화 교육과정 도입 후 2026년에는 학생 수가 60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산초는 해양특성화교육 관련 유관기관(목포해양대학교, 목포해양경찰서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도시 학교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학생 체험활동 중심 교육과정 운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목포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자그마한 학교는 ‘바다浪학교’라는 이름을 걸고 갯벌 생태탐방, 해안 플로깅, 해양소년단 활동 등 도시 학교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체험 중심 교육이 호평을 받고 있다.

다채로운 해양특성화 교육이 연간 프로젝트 활동으로 펼쳐지면서 작은학교 소멸 위기 극복을 넘어 목포의 명품학교로 부상했다.

둘째, 농산어촌 유학형 특성화 모델학교인 구례 중동초는 연극, 오케스트라, 영화 제작 등 문화예술 중심 교육으로 유학생을 불러들이고 있다.

농산어촌유학생의 문화예술교육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기표현력을 기르는 연극, 따뜻한 감성을 키우는 오케스트라 활동,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영화 제작 등 중동초만의 차별화된 교육활동은 찾아오는 유학생을 모두 수용하지 못할 만큼 각광을 받고 있다.

‘레디~액션 유학학교’라는 브랜드처럼 창의적이고 활기찬 교육활동이 학부모들의 장기 유학 선택을 이끌어 내며, 지역 학생과 유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농산어촌유학 사업과 전남의 특성화교육이 연계되었을 때 학생 유입에서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셋째, 대도시 인접 지역 생태교육특화형 모델학교 장성 서삼초는 편백 숲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 속 친환경 자재로 만들어진 교실 환경과 힐링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접한 광주에서 전학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숲 속 에코 학교, 사계절 四色 생태체험학습, 자연 통창 숲속 카페형 도서관, 사제동행 건강 황톳길 걷기, 아토피 완화 자연소품 만들기 등이 연중 펼쳐지는 서삼초에서는 만지고 듣고 느끼고 먹는 모든 것이 건강한 배움으로 이어진다.

또, 건강 안심학교 서삼초에서는 씽잉볼 명상으로 하루를 열고 최고급 식자재를 사용한 유기농 급식이 제공되며 벼를 키우고 감자를 공동 재배하면서 자연의 에너지가 학생들을 살찌운다.

넷째, 벽지 소규모학교형 창의융합교육 모델인 화순 청풍초는 시 생활권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소외 지역에서도 교육과정 특성화를 통해 성장하는 작은학교 실현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나도 작가 프로젝트’ 수업으로 스토리보드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전문성을 갖춘 마을학교와 함께 밴드를 결성해 영화음악도 직접 제작한다.

2024년 늘봄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청풍초 밴드는 2025년 전남청소년예술제에 참가해 5-6학년이 최우수상을, 3-4학년은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규모학교에서도 세계 무대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청풍초는 지역의 삶을 담은 영화를 제작하여 작은학교 영화・영상제 출품은 물론 일본, 말레이시아 등 해외학교들과 교류 상영하는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전남 글로컬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 장편 영화 제작과 해외 영화제 출품까지 도전할 예정이다.

전남형 작은학교 성공 요인…교육과 지역이 함께 만든 생태계

전남형 작은학교 모델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유기적 협력체계가 자리하고 있다.

교육청은 특성화 모델개발과 중장기 지원뿐 아니라, 민관산학 교육협력위원회와 마을학교 연계를 적극 가동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였다.

특히 각 학교가 지역 고유의 자원을 교육과정에 녹여낸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서산초의 해양 교육, 중동초의 문화예술 활동, 서삼초의 생태힐링, 청풍초의 영상 창작은 모두 해당 지역이 가진 환경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단순한 학교 교육을 넘어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교육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졌다.

또한 학생 수가 적다는 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바꾸어,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을 깊이 돌볼 수 있는 맞춤형 수업이 가능했다.

여수 화양초에서 전교생이 매년 책을 집필·출판하거나, 영광 군남초에서 학생별 건강 맞춤 클리닉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작은학교만이 가진 특권이다.

작은학교 특성화 교육모델은 전남교육의 표준학교로 자리매김할 마중물

김대중 교육감은 교육의 본질을 ‘개별화 학습’과 ‘지역과 함께하는 성장’에서 찾는다. 작은학교를 미래학교로 육성하겠다는 정책 방향도 이러한 철학에 기반한다.

그는 지역과 연계한 특색 프로그램, 학생 맞춤형 교육, 문화예술·생태·체험 중심 학습을 통해 작은학교를 전국적 모델로 확산시킨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교육정책을 넘어, 전남 글로컬교육의 비전을 담고 있다.

작은학교를 ‘머무는 학교’로 만들어 학생과 학부모가 지역에 정착하도록 이끌고, 나아가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교육·사회적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만 학령인구정책과장이 밝힌 것처럼, 작은학교 특성화 교육모델은 전남교육의 표준학교로 자리매김할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과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구축된 특성화 교육모델은 향후 교육지원청 중심 작은학교 사업으로 확산시키고, 더 강한 전남교육을 실현하는 마중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머지않아 전남교육의 표준학교로 자리매김할 작은학교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지역과 함께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전남 글로컬작은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작은학교에서 시작되는 큰 변화...지역 살리고 미래세대 키우는 든든한 교육 거점

전남도교육청의 작은학교 특성화 모델은 ‘작은학교는 곧 미래학교’라는 새로운 공식을 제시한다.

교육과 지역사회가 손잡고 학생 개개인의 삶과 성장을 중심에 둔 교육을 실현할 때, 작은학교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오히려 작은학교는 지역을 살리고 미래세대를 키우는 든든한 교육의 거점으로 부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