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층 주도의 예방 활동이 ‘실천 가능한 지역 안전정책’으로 변모하다...노인회의 자발적 캠페인이 지역 산불 위험을 낮추는 새 길을 연다
- 지역 행정과 주민조직의 협력 모델...행정 지원과 노인회 네트워크가 결합한 예방전략의 파급력
[한국지방정부신문=이상금 기자] 경남 하동군(군수 하승철) 북천면 노인회가 선포한 자체 산불 조심 발대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포식이 아니라 고령층 당사자들이 스스로 산불 위험을 인지하고 예방 실천으로 연결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하동군 북천면 노인회분회(회장 김상기)는 (사)대한노인회 하동군지회 북천분회 주관으로 전국 3천여 개의 노인회 분회 가운데 자체적으로, 전국 최초로 ‘산불 조심 발대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정두섭 북천면장을 비롯한 지역 관계자와 분회 회원 등 약 30여 명이 참여했고, 참여자의 약 90%가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분회는 발대식 선언문 낭독 후 마을 단위의 산불 예방 캠페인을 전개하며 구체적 행동으로 옮겼다.
북천면 측은 지난 3년간 면 단위에서 산불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지역 스스로가 안전지대를 지키도록 행정적·기술적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같은 주민 주도의 예방 활동은 행정 주도의 일회성 캠페인과 달리, 지역 내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 관리·감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가 단위 산불 통계는 국내 산불의 주요 원인이 사람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간·10년 통계에서는 입산자 실화, 농산부산물 소각, 쓰레기 소각 등 사람의 소각·실화 행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봄철에 산불이 집중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통계적 배경은 ‘누가, 어떤 행위로’ 산불이 시작되는지를 규명해 주며, 특히 영농부산물 소각이나 논·밭두렁 태우기 같은 관행이 산불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고령층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소각 관행을 자제하고 예방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은 산불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데 실질적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대한노인회는 전국 단위의 광범위한 조직망을 가진 민간 단체로, 중앙·시도·시군구 단위의 조직과 수만 개의 경로당을 통해 지역 사회에 깊게 뿌리내려 있다.
이 같은 조직적 기반은 고령층이 단순한 정책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 안전의 실행자’로 전환될 때 큰 자산이 된다.
북천면 분회의 발대식은 그러한 조직적 역량을 예방 활동으로 끌어오는 하나의 실험이자 사례가 된다.
대한노인회의 규모와 지역 망은 예방 정보의 확산, 행동 규범의 확립, 이웃 감시(community watch) 시스템의 운영 등에서 실질적인 실행력을 제공할 수 있다.
학계와 관련 정책 연구는 공공의 숲 관리와 산불 대응에서 주민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일관되게 지적해 왔다.
법·제도적 기반 위에서 지역 주민과 행정이 협력하는 ‘참여적 산림관리’ 모델은 산불 예방뿐 아니라 산림의 장기적 회복력(레질리언스)을 높이는 방법으로 인정받는다.
국내외 연구들은 지역 주민의 정보 접근성 확보, 의사결정 참여, 공동 관리 권한이 주어질 때 정책의 실효성이 커진다고 보고한다.
북천면 노인회의 자발적 발대식은 이런 참여 모델을 지역 현실에 맞게 적용한 사례로, 제도적 지원이 뒤따를 경우 다른 농·산촌 지역으로도 확산될 잠재력이 있다.
북천면 사례가 주는 현실적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산불의 상당 부분이 사람의 행위에서 기인한다는 통계적 사실은 예방의 방향을 명확히 한다.
둘째,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르신들이 직접 예방 주체로 나설 때 ‘행동 규범의 변화’가 더 빨리 확산될 수 있다.
셋째, 이러한 지역 주도의 시도가 안정적으로 확산하려면 행정의 체계적 지원, 주민 대상의 실무 교육, 그리고 지역 단위의 반복적 실천이 결합되어야 한다. 북천면의 발대식은 바로 그 ‘첫 걸음’이다.
김상기 북천면 노인회 분회장은 보도자료에서 “고령층이 지역 사회의 문젯거리가 아닌, 산불 예방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작년에 이어 산불 조심 발대식을 추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참여자들이 스스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정두섭 북천면장도 지역 어르신들의 참여에 감사 표명을 하며 행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북천면의 사례는 ‘누가 산불을 막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새로운 답을 제시한다. 중앙이나 지방정부의 일방적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반면 지역 주민, 특히 마을 공동체 내에서 존경받는 고령층이 예방의 선두에 설 때, 산불 예방은 더 이상 외부로부터의 통제가 아니라 공동체 내부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다.
북천면 노인회의 발대식이 다른 지방정부에 모범이 될지 여부는 향후의 제도적 지원과 지속성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미 이 순간, 지역 스스로가 안전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