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콩ㆍ가루쌀벼 등 대체작물 전환 전년보다 5천295ha 감소, 전국 감축량의 26% 차지...농업인 소득 유지+벼 재배면적 감축 ‘이중 목표’ 달성 ‘전남형 전략’ 주효, 전국 쌀값 흐름을 바꾸다
- 김영록 전남지사 “이번 벼 재배면적 감축은 농가 부담 최소화와 국가 전체 쌀 수급 균형 맞추기 위한 전략적 조치...전남농업인들의 적극 참여가 전국 쌀값 안정에 기여”
[한국지방정부신문=정양기, 조용원 기자] 국내 최대 쌀 생산지인 전라남도(도지사 김영록)가 올해 벼 재배면적을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줄이며 전국 쌀값 안정을 견인함으로써 ‘대한민국 쌀값의 방향을 결정하는 농정수도’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 벼 재배면적 조정 정책의 핵심 지역이었던 전남은 2025년 벼 재배면적을 전년보다 5,295㏊를 감축해 전국 17개 광역지방정부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전체 감축량 2만 199㏊의 26%를 차지하는 규모다.
전남의 생산 구조 변화는 단순한 농가 재배 선택 문제가 아니라 쌀 시장의 수급 균형을 좌우한 주요 변수로 평가된다.
산지 쌀값이 11월 초 기준 80㎏에 22만 7,816원으로 전년 대비 4만 5,116원 상승한 배경에는 전남의 선도적 면적 조정이 있다는 분석이 농업계 안팎에서 잇따르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전남은 전국 최대의 쌀 생산지로서 적정 생산과 시장 안정을 위한 책임이 큰 만큼, 이번 벼 재배면적 감축은 농가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국가 전체의 쌀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략적 조치였다”면서 “특히 전남 농업인들께서 정책 취지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덕분에 전국적인 쌀값 안정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규모 감축의 배경, ‘농정 수도’의 전략적 결단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논 면적을 가진 만큼, 벼 재배 조정 정책의 성패는 지역의 참여 의지에 좌우된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부가 올해 8만㏊의 벼 재배면적 감축을 목표로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시행한 가운데, 전남도는 논콩·가루쌀·조사료 등 대체작물 전환 정책을 집중 추진했다.
특히 전남도는 단순한 권고에 머물지 않고 농가의 대체작물 전환 부담을 최소화하는 실질적 지원책을 대거 마련했다.
논 타작물 임대 농기계 67대 지원(17억 원), 논 타작물 재배지원 1,500㏊(30억 원), 조사료 재배단지 200㏊ 조성(2억 원), 논콩 전문단지 8개소 조성(21억 원) 등 적극적 지원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전국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손에 꼽히는 규모의 투입이었다.
특히, 농업인의 소득을 유지하면서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이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전남의 감축률은 3.6%로 전국 8개 권역 중에서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가 있다. 벼 생산의 1위 지역이 공급 조정을 주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전국 쌀 수급에 미치는 영향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전남이 움직이면 쌀값이 움직인다”
전남의 감축 효과는 곧바로 쌀값 안정으로 이어졌다. 과잉생산 우려가 해소되면서 수확기 가격 하락 폭이 제한됐다.
농업계에서 “전남이 움직이면 쌀값이 움직인다”는 말이 다시 회자되는 이유다.
한국쌀전업농 전남도연합회 신정옥 회장은 “정부와 전남도의 선제적 조치로 오랜만에 수확기 쌀값이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농민 입장에서 수확기 가격은 1년 농사의 보상인 만큼 적정 가격이 유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가들이 평생 지어온 벼농사 대신 논콩·조사료 등 타작물로 전환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전남이 전국 최고의 감축 실적을 낸 배경에는 정책 효과뿐 아니라 농업인을 중심으로 한 지역 농업 공동체의 구조적 대응력이 작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농업 수도 전남의 위상 강화…2026년 정책 인센티브도 ‘확실’
전남의 선도적 감축 성과는 단기적인 가격 안정뿐 아니라 중장기적 농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남도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 정부 공공비축미 인센티브 물량 ▲RPC 벼 매입자금 ▲고품질 쌀 유통활성화 공모사업 등 다양한 정부사업에서 가점을 받을 예정이다.
이는 다시 지역 농업인에게 재투자되는 구조를 만들며 선순환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유덕규 전남도 식량원예과장은 “쌀값 상승의 주역은 타작물로 전환하며 정책에 동참해 준 농업인”이라며 “벼 재배농가와 타작물 농가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전남형 지원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농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남이 단순한 ‘최대 생산지’를 넘어 ‘국가 농업 수급을 조정하는 중심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쌀뿐 아니라 콩·조사료 등 전략작물의 공급 기반까지 함께 구축해 가며 전남이 ‘대한민국 농업 수도’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남이 제시하는 농업의 미래…“양보다 질, 생산보다 시장”
전남도의 벼 재배면적 감축은 단순한 감소가 아니라 미래 농업 구조로의 전환 신호라는 평가가 많다.
기존의 생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 수급 안정과 농가 소득 균형을 강조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전남은 논콩·가루쌀 등 전략작물의 전문 재배단지를 확충하고, 농가별 맞춤형 타작물 지원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곧바로 지역 농업의 다변화, 식량자급률 강화, 농업 청년층 유입 기반 확대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쌀 수급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국가적 이슈다. 전문가들은 “전남의 구조조정 모델이 전국의 향후 벼 생산정책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생산량 조절을 넘어 지속 가능한 농업 체계로 가기 위한 ‘전남 주도의 표준 모델’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남이 대한민국 쌀 정책의 키를 쥐었다”
전남도는 생산량 측면에서 이미 국내 최대 벼 재배 지역이지만, 이번 감축 정책을 통해 시장 구조까지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농업 정책의 실행력과 현장 대응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쌀값은 결국 전남이 결정한다’는 말이 더 이상 비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남의 선택과 방향성은 앞으로도 국내 쌀 산업의 안정성과 농업 구조개혁의 핵심 방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