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정부신문=정양기, 조용원 기자] 전남 광양시가 정부로부터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국내 철강산업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에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라남도(도지사 김영록)와 광양시(시장 정인화)는 이번 지정을 “위기의 방파제를 넘어 미래산업으로 향하는 결정적 분기점”으로 규정하며, 광양을 다시 대한민국 제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재정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지역 차원의 지원을 넘어, 향후 한국 철강산업의 전략적 재편을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평가된다.
김영록 전남지사 “철강산업 전환의 골든타임…이번 지정은 위기를 넘어 미래로 가는 관문”
전남도는 이번 지정을 철강산업의 대전환을 촉진할 국가정책의 시동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환영 입장문에서 “광양은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심장”이라며 “이번 지정은 저탄소·첨단산업으로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산업구조 혁신을 본격 시작하는 역사적 계기”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탄소국경세 시행, 글로벌 철강 수요 둔화, 통상 리스크 확산 등 철강산업을 둘러싼 국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언급하며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 이번 지정은 전환의 골든타임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 “광양의 중소 철강기업들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라는 3고 현상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왔다”며 “도는 기업의 숨통을 트이고, 위기 뒤 더 강해질 수 있도록 금융·R&D·인력양성·산단 재생 등 전방위적 지원 정책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정인화 광양시장 “광양은 다시 일어설 준비가 돼 있었다”…연초부터 이어진 적극적 대응
광양시가 이번 지정의 결실을 맺기까지는 지속적이고 선제적인 대응 노력이 기반이 됐다.
광양시는 올해 2월부터 포항·당진과 함께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고, 광양·순천 상공회의소와 연대해 지역 철강기업의 애로를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
트럼프 2기 관세 리스크 대응 간담회를 열고, 여수·순천·광양 3개 시는 경제위기 극복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지역 공동대응 체계를 꾸렸다.
광양시의회도 철강 위기 극복 촉구 성명을 내며 지역사회 전체가 대응 의지를 모았다.
정인화 광양시장은 “광양은 위기의 조짐을 누구보다 먼저 느꼈고, 대응할 준비도 가장 먼저 해왔다”고 밝히며 “우리는 위기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돌파하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정을 “철강산업의 위기를 광양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바꾸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산업·고용·재정’ 3대 축의 국가 패키지 가동, 2년간 집중 지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으로 광양은 향후 2년간 정부의 폭넓은 지원을 받게 된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비롯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우대,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중소기업 금융지원, 협력업체·소상공인 금융지원 등 다양한 지원 수단이 한꺼번에 투입된다.
광양시는 2026년부터 381억 원 규모의 보통교부세 가산분도 받게 된다. 이는 위기 대응을 넘어, 산업구조 혁신과 미래산업 기반 구축에 재정 여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남도가 정부에 건의한 3,511억 원 규모 5개 분야 19개 사업 중 285억 원이 이미 2026년 예산에 반영됐으며, 나머지 사업도 국회·중앙부처와 협력해 추가 반영이 추진된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예산 확보는 산업경쟁력 복원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국가 정책의 틀 안에서 전남 동부권 산업을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저탄소·디지털 전환 압박 속 ‘철강산업의 운명적 과제’ 부상
전남도와 광양시는 이번 지정을 계기로 철강산업의 근본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첫째는 탄소중립 대응이다. 수소환원제철·저탄소 공정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으로 철강산업의 저탄소화는 속도전으로 전환됐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광양이 수소 기반 녹색철강 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되어야 한다”며 “국가가 반도체, 배터리처럼 철강을 전략산업으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는 AI·로봇 기반 스마트철강 전환이다. 전남도는 철강 제조공정의 자동화·지능화를 통한 원가절감, 재해 예방, 품질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정인화 광양시장도 “산업재해 없는 철강 공장, 초정밀·고효율 스마트 제철소가 광양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셋째는 첨단 신소재 기술 경쟁력 확보다. 고강도강, 초내열강,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철강제품 시장은 미래 모빌리티·에너지 산업의 핵심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넷째는 ‘K-스틸법’ 제정이다. 전남도는 해당 특별법이 통과돼야 철강특구 지정, 전력·수소 인프라 국가계획 반영, 규제특례, 대규모 녹색철강 투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국회에 직접 촉구하고 있다.
김영록 지사는 “특별법은 광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철강산업 전체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며 국가적 결단을 요구했다.
“광양을 대한민국 최초의 ‘녹색철강 스마트도시’로”
전남도와 광양시는 광양의 미래 청사진을 ‘녹색철강·스마트산업 복합도시’로 규정하고 있다.
향후 광양의 산업전환 방향은 다음 세 가지 축에서 전개될 예정이다.
먼저, 수소 기반 녹색철강 허브 구축이다. 세계 시장 변화 속에서 광양을 한국형 수소환원제철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전략이다.
둘째는 AI·로봇 기반 스마트철강 도시 전환이다. 철강 공정 전반을 디지털화하여 생산성·안전·효율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미래형 제철도시 모델을 구축한다.
마지막으로 전남 동부권을 제조·에너지 벨트의 중심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여수 석유화학산업–순천 부품산업–광양 철강산업으로 이어지는 산업 클러스터의 구조를 미래산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동부권 통합 산업전환 전략’도 가동된다.
정인화 광양시장은 “광양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이 존중받고 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산업도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광양의 2년, 한국 철강산업 20년이 걸린 중대한 시험대
광양의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은 단순한 위기 지원 조치를 넘어, 한국 철강산업이 미래 20년을 준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산업전환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평가된다.
전남도와 광양시는 이번 지정을 산업구조 혁신·기술 고도화·탄소저감·미래산업 창출로 이어지는 종합 패키지로 확장한다는 구상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남은 2년은 광양뿐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